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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권위주의에 호통치는 마크롱 정작 자국에선 스트롱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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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자기권력 향한 견제 줄이려 애쓰는 '진보적 권위주의자'"

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 풍자 그래피티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의회 연설에서 권위주의 확산에 경고장을 내밀었지만 정작 자국에서는 그 자신이 비민주적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21(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해외에서 종종 '프랑스의 오바마'로 불린다.

올해 40세인 그가 젊은 에너지로 사람들을 사로잡으며 기후변화 대처를 촉구하는 등 진보적 정책 의제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취임 뒤 첫 유럽의회 연설에서도 헝가리, 폴란드 등에서 권위주의 스트롱맨이 약진하는 현상을 경계하며 "어떤 경우에도 권위주의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바깥에서와는 사뭇 다르다.

자국에서는 마크롱 대통령 자신의 권력 견제를 축소하려는 진보적 스트롱맨으로 비친다는 게 WP의 진단이다.

이러한 경향은 마크롱 대통령이 2016년 창립한 당 '레퓌블뤼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 운영 방식만 봐도 알 수 있다.

앙마르슈는 의회 577석 중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데, 마크롱은 의원 후보자를 직접 선출했다. 특히, 이중 상당수는 정치 초보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항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스테판 르폴 사회당 의원은 "의원들이 모두 대통령에 의해 선정되는데 의회 내에서 반대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의회 내 민주주의적 의사표명을 짓누르고 있다"면서 "이것이 오늘날 프랑스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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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 취임식
[EPA=연합뉴스]



더구나 마크롱 대통령은 상·하원 의원 정원을 30% 감축하고 의원의 3연임을 금지하는 정치개혁안을 정부 안으로 발표하는 등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고 의회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좌파와 저소득층 유권자들은 투자 은행 출신으로 친기업 성향을 드러내는 그를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거의 열지 않는 데다 기자실마저 대통령실인 엘리제 궁 밖으로 옮기려 해 언론인들에게서도 불만을 샀다.

결국 지난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의 약 52%가 "마크롱의 대통령 선출을 나쁜 일로 본다"고 응답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2%만이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그가 추진하는 경제·교육 개혁안과 관련해 노동조합과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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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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