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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北핵·미사일 실험 중단 선언…외신·전문가, 환영하거나 경계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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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北, 큰 움직임은 아니지만…대화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여”

WP “정상회담 분위기 진전…무드 조성만으로도 의미 있어”

블룸버그 “北, 핵 포기하고 경제개발로 동력 전환 꾀하는 중”

NYT·WSJ 등 언론 및 北전문가 대부분 '경계'…“핵무기 포기 의문”

빅터차 “北, 비핵화 아닌 핵무기 ...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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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선언한 것과 관련, 주요 외신들과 북한 전문가들은 환영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를 내리면서도 여전히 경계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북미 정상회담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겠지만, 궁극적인 비핵화에 대해선 여전히 의구심을 내비치며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비록 큰 움직임은 아니더라도 평양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잘 진행시키겠다는 의도로 자발적으로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하지만 한반도 전문가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비핀 나랑 정치학 교수를 인용해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장을 폐쇄하더라도 위성발사 실험을 한다는 구실로 여전히 미사일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랑 교수는 “북한은 작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호 발사 성공 이후 더 이상 실험이 필요없다고 했다. 또 지난 달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한국에 약속했다”며 “북한은 이를 공식화한 것일 뿐,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큰 진전은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상황이 진전됐다”면서 적대적이었던 북한이 대화를 위해 움직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역시 “김정은 정권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백악관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며 “여전히 의문이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로 기어를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및 핵실험장 폐쇄 선언에 대해 “국제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경제발전을 추구하려는 메세지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12년 집권 초기에 ‘인민이 더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면서도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핵실험 중단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속임수라고 주장하지만, 핵무기가 경제개발을 위한 새로운 지렛대로 김정은 정권에 자신감을 줬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핵무기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북한이 경제개발에 나설 경우 중국 덩샤오핑식 개방정책을 모델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 CNBC 등은 여전히 경계감을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핵실험장 폐쇄 선언이 매우 중요한 약속”이라면서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선언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북미 정상회담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그 비난이 미국을 향하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CNBC는 “김정은 위원장은 2011년 집권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핵·미사일 프로그램 완성하는데 사용했다”며 “이를 포기할 준비가 됐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리사 콜린스 연구원은 이 매체에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가 체재 보장 및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해 왔으며, 헌법에도 핵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하룻밤 새 기존 입장이 뒤바뀔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결정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에는 긍정적이지만 궁극적인 비핵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북한이 과거에 행했던 것처럼 속임수 또는 기만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제임스 마틴 핵무기확산방지연구센터(CNS)의 캐서린 딜 연구원은 CNN방송에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확실히 진전시켰다”며 “북한의 특별한 양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허영심을 공략하려는 것일지라도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은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시험을 중단한다고 저절로 핵·미사일이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되지 않는다. 해체 검증을 위해선 수년 간 신중한 협상과 이행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그림을 복잡하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에이브러햄 국장은 “좋은 일이지만 이 시점에서 샴페인을 터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지난 2012년에도 시험 중단을 약속했지만 일주일에 그쳤다”고 경계했다.

이외에도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가 낙마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인터넷매체 악시아스에 “북한은 이미 모든 실험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를 공식화한 것일 뿐”이라며 비핵화 선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북한에게 필요한 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이며, 그들은 이를 얻기만 하면 된다”면서 오히려 “북한이 책임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마치 양보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면서 미국에게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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