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기를 맞아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를 찾은 괭이갈매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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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어민들은 이 곳을 ‘알섬’이라고 부른다. 그 이름에 걸맞게 수만 마리의 괭이갈매기들이 빼곡히 앉아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다. 섬 전체가 갈매기들이 남긴 배설물로 뒤덮여 하얗게 보일 정도였다. 섬 위를 빙빙 돌며 군무를 펼치는 갈매기 떼도 보였다.
번식기를 맞아 홍도를 찾은 괭이갈매기가 영역 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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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면 알에서 새끼가 태어나는 데 그때가 되면 생존을 위한 전쟁이 펼쳐져요. 워낙 밀집해 있다 보니 어미를 찾지 못하고 길을 헤매다가 다른 둥지를 침범해서 쪼여 죽는 새끼들도 부지기수죠.” 3년 넘게 홍도에서 새를 연구해 온 홍길표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 팀장이 섬을 가리키며 말했다.
기후 변화로 번식 열흘 빨라져
괭이갈매기 어미와 새끼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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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갈매기는 해안이나 도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매기과 조류의 텃새다. 울음소리가 고양이를 닮았다고 하여 괭이(고양이) 갈매기라고 불린다. 주로 멸치 등 어류를 먹고, 새우나 오징어도 좋아한다. 사람들이 배에서 새우깡을 던져주면 재빨리 날아와 받아먹는 이유다.
평소에는 각자 떨어져서 생활하다가 번식기인 4월이 되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으로 몰려든다. 그곳에서 1~3개의 알을 낳고, 한 달가량 품으면 새끼가 태어난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번식 시기가 열흘 정도 빨라졌다고 한다. 번식이 끝난 8월 이후에는 다시 해안이나 하구, 바다로 돌아간다.
국내 최대 괭이갈매기 집단 번식지인 홍도.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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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는 그중에서도 국내 최대의 괭이갈매기 집단 번식지로 알려져 있다. 2002년 이전에는 2만5000마리 정도가 홍도에서 번식했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5만 마리까지 늘었다.
홍 팀장은 “홍도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번식 시기가 되면 인근 주민들이 바구니를 들고 섬에 와서 알을 가져갔다”며 “천적도 거의 없어서 포획이 금지된 이후부터는 개체 수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괭이갈매기 떼에 철새 쉼터 뺏겨
번식기를 맞아 홍도를 찾은 괭이갈매기가 철새들의 쉼터였던 등대 관리사 부지(사진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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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같은 시기에 섬을 점령한 괭이갈매기 떼가 알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영역을 침범한 철새를 공격하면서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철새들이 경쟁에서 밀리게 된 것이다. 2002년에는 철새들이 주로 머물던 등대 관리사가 철거됐고, 이젠 그 자리마저 괭이갈매기들이 차지해 버렸다.
홍 팀장은 “홍도는 철새들에게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은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섬”이라며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섬에서 쉬어야 하는데 섬이 그 역할을 못 하면 탈진한 상태로 육지에서 천적들과 마주하게 돼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갈매기와 철새 공존 방법 찾아야”
홍도 중간기착지 복원 사업으로 심은 사철나무에 앉은 노랑눈썹솔새.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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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국립공원관리공단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 과장은 “철새들이 괭이갈매기의 간섭없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횃대와 관목림, 대나무 덤불 등으로 쉼터를 만들고, 수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물웅덩이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중간 기착지로 홍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랑턱멧새.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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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팀장은 “2007년 이전에는 100여 종의 철새들이 해마다 홍도를 찾았지만, 2014년 조사에서는 38종으로 줄었다”며 “앞으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홍도가 괭이갈매기와 철새가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영=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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