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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김편의 오디오파일] 미제 파워앰프 해외직구 및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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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필자의 집에 배달된 'Vidar' 파워앰프.(김편 제공)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오디오파일 혹은 오디오마니아의 한 고질병 중 하나가 '꽂힌' 대상은 집요하리만큼 집착을 한다는 것이다. 가게나 잡지, 웹진에서 슬쩍 본 오디오가 이상하리만치 심상에 남아 몇날며칠 고민하다 결국 '질러버리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이는 오디오 뿐만 아니라 카메라, 프라모델, 피규어, 낚시, 자동차, 캠핑, 요리를 취미로 한 분들도 비슷하리라 본다.

미국에 쉬트오디오(Schiit Audio)라는 오디오 제작사가 있다. 수모(Sumo)의 제이슨 스토다드(Jason Stoddard)와 세타(Theta)의 마이크 모팻(Mike Moffat)이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홀(Newhall)에 설립한 회사다. 많은 이름 중에서 하필 '쉬트'라고 지었을까 의아하긴 하지만, 2·3년 전부터 국내외 평이 워낙 좋아 관심이 갔었다. 특히 디지털 음악신호를 실제 앰프에서 쓸 수 있도록 아날로그 파형으로 바꿔주는 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DAC)와 헤드폰 앰프가 유명했다.

이 쉬트오디오에서 지난해 가을 'Vidar'(비다르)라는 이름의 파워앰프가 나왔다. 비다르. 마블 영화에도 나오는 외계 아스가르드의 국왕 오딘(Odin. 앤소니 홉킨스)의 아들이다. 굳이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을 찾아 모델명으로 쓴 이 미국 회사의 의도가 귀엽다. 비다르가 아버지를 잡아먹은 늑대를 발기발기 찢어버렸을 정도로 힘이 셌기 때문일 것 같다. 누가 뭐래도 파워앰프는 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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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ar’'내부 사진.(김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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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비다르'의 스펙과 해외 리뷰어들의 평을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트랜지스터 앰프로 스피커 공칭 임피던스가 8옴일 때 100W, 4옴일 때 200W를 낸다는 점이 우선 솔깃했다. 이 정도 출력이면 감도가 낮은 스피커라도 쉽게 울릴 수 있으니 말이다. 저역의 펀치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평도 많았다. 내부 사진을 보니 큼지막학 전원 트랜스포머와 전해 커패시터, 좌우 대칭으로 설계된 증폭단이 제법 짜임새가 있다. 좌우로 날카롭게 삐져나온 방열핀도 이상하게 듬직해보였다.

며칠 후 결국 쉬트오디오 홈페이지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국내에 수입사가 없을 뿐더러 '비다르'의 가격이 699달러, 배송료에 세금까지 포함해도 우리돈으로 90만원 내외라는 사실이 결정적이었다.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라는 주장도 거들었다. 어쨌든 4옴 200W 파워앰프를 90만원에 살 수 있다? 이쪽 오디오 세계에서는 상당한 가격 경쟁력이다. 물론 음질이 받쳐줘야 비로소 '가성비'를 운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비다르'가 도착했고, 3일 정도 자택에서 시청한 상태에서 이번 [김편의 오디오파일]을 쓰고 있다. 117V 모델이라 다운 트랜스(220V를 110V, 115V, 117V 등으로 내려주는 변압기)를 투입했고, 벌써 몇 해째 쓰고 있는 진공관 프리앰프에 물렸다. 스피커는 8옴에 감도가 87dB인 2웨이 북쉘프 스피커. 음원소스기기는 최근 신제품 생산을 중단키로 해 충격을 안겼던 미국 오포(Oppo)의 플레이어를 택해 타이달(Tidal) 음원을 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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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ar'에 전원케이블, 스피커케이블, 인터케이블을 연결한 모습.(김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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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일감을 말하면 '실망'과 '만족'이 7대3 정도다. 일단 앰프 내부의 앞쪽에 마련된 전원 트랜스에서 '웅~~' 하는 험이 나오는 게 최대 하자였다. 음악을 틀면 묻히기는 하지만, 대기 상태에서 쓸데없는 잡소리가 난다는 것은 오디오 기기로서는 용서할 수가 없다. 물론 시간이 지나 소위 '에이징'이 되면 또 어떻게 될지 '희망'을 가져보긴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외국 인터넷 포럼에 '비다르 노이즈' 글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쉬트오디오 홈페이지에서 '비다르'를 직구하려는 국내 애호가들이라면 반드시 이 점을 감안하셨으면 좋겠다.

트랜스포머 노이즈를 제외하고는 크게 불만은 없다. 생각 이상으로 볼륨을 많이 올려야 평소 듣던 음량이 나온다는 게 이상했지만 이는 아직 몸이 덜 풀린 것으로 여기기로 했다. 저역 신호에서의 스피커 장악력이나 음악신호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스피드는 합격점을 줄 만한 수준. 물론 필자가 생각하는 200W 기대치, 헤비급 복서가 휘두르는 훅 같은 펀치력은 아직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작은 음량에서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는 디테일하면서도 미시적인 재생음이 돋보인다.

마음에는 드는 것은 열이 별로 안난다는 것. '클래스AB 앰프이지만 바이어스(bias)를 많이 줘 열이 제법 난다'는 쉬트오디오의 설명이 궁색할 정도로 열이 안났다. 사실 필자가 굳이 국내에 수입사도 없고, 들어보지도 못했으며, 배송료에 통관 세금까지 지불하면서 이 '비다르'를 구매한 것은 자택에서 쓰고 있는 진공관 파워앰프의 뜨거운 '열' 때문이었다. 가을, 겨울에는 괜찮지만 여름에는 곤혹스럽다. '시원한' 트랜지스터 파워앰프의 존재이유였던 셈이다.

이제 몇가지 할 일이 남았다. 우선 다운 트랜스를 오디오급으로 교체하는 일이다. 이러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지만, 지금 쓰고 있는 3KW급 다운 트랜스 역시 '웅~~' 하는 소리가 너무 크다. 그래서 이 트랜스를 뒷 베란다 구석에 놓아두고 캠핑용 연장 케이블로 연결했다. 물론 여기서 다시 5m짜리 '125V'용 멀티탭을 꽂아 다시 필자의 방으로 끌고 오는 구차한 상황이다. 잘 만든 오디오급 트랜스라면 이 구차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할 일은 좀더 전기밥과 음악을 '비다르'에 먹여주는 일이다. 어차피 오디오를 먹여살리는 것은 전기와 음악신호다. 전기와 음악신호가 일정 시간 이상 흘러야 커패시터나 저항, 트랜스포머, 코일, 배선 등이 몸이 풀리고 복잡다단한 신호에 익숙해진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보컬이나 소규모 앙상블 음악만 들어서도 곤란하다. 앰프가 헉헉 거릴 정도로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마음껏 볼륨을 높여 울려줘야 '오디오'다.

과연 '비다르'라는 이 미제 앰프는 앞으로 어떻게 변모할까. 더 망가질까, 더 나은 소리를 들려줄까. 이래서 오디오는 재미있고 설레며 동시에 귀찮고 사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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