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5)
사랑방이 되고, 사교장이 되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놀이방이 되고, 값싼 잠자리로 이용하기도 하는 요즘 찜질방.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찜질방이 유행한 지 오래다. 찜질방이 사랑방이 되고, 사교장이 되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놀이방이 됐다. 혹은 값싼 잠자리로 이용하는 편리시설이기도 하다.
땀을 흘려 상쾌한 기분을 맛보기 위해서 찜질방에 가는 사람도 있다. 섭씨 100도에 가까운 고온에서 몇십 분을 버티면서 피부가 벌겋게 익을 정도를 참아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숯가마를 "꽃탕"이라면서 150도가 넘는 곳에서 경쟁하듯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수건을 뒤집어쓰고 버티기도 한다.
땀을 흠뻑 흘려 체중이 일시적으로 줄기도 하고 땀을 흘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개운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를 몸에 좋은 것으로 생각해 매니어를 자처하는 부류도 있다. 기분이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우리 몸의 고통을 참게 하는 마약 성분(엔도르핀 등)의 분비 때문이다. 자기 몸에 고통을 많이 주면 이를 완화하는 물질이 분비된다. 마라톤이나 운동중독처럼.
땀을 빼는데 또 하나의 방법이 인기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효소욕'이라는 거다. 일본에서 이미 20~30여 년 전에 유행했다. 어떤 걸 효소욕(효소찜질)이라 하는지 보자.
목욕탕같이 생긴 큰 상자 속에 톱밥(편백나무 등)을 쌀겨(미강)와 적당한 비율로 혼합하고 설탕물이나 산야초 효소라는 액체를 뿌려 수분 함량을 조절, 방치하면 거름이 썩듯이 내열성균인 고초균이 번식해 발열 현상이 일어난다(한약재를 함께 넣기도 함). 이때 온도는 7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피부에 오래 닿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다.
이때의 열은 사물이 썩으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자연현상 중의 하나인데 이를 신비화한다. 겨울철 시골 거름더미에서 열이 나 김이 피어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산야초 효소(실제는 설탕물)를 넣어주는 것은 미생물의 영양분을 공급해 주기 위함이다. 오래되면 재질이 너무 썩어 열도 나지 않게 되어 통속의 매질은 갈아준다.
찜질방이나 효소욕이나, 효과 의문
일본 가고시마현에 있는 모래찜질 온천에서 관광객이 찜질을 즐기고 있다.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모래찜질하듯이 여기에 몸을 파묻고 땀을 흘리는 것을 효소욕이라 한단다. 하지만 당연히 이는 효소하고는 관계가 없다. 미생물이 번식해 거름 속에 효소(주로 가수분해 효소)를 조금 분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미생물이 톱밥과 등겨를 분해해 에너지를 얻어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분비된 효소가 우리의 건강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건 당연하다. 다만 이것도 찜질효과에 의한 체온상승과 혈액순환이 다소 좋아질 정도다. 이른바 찜질방에 가서 땀을 빼는 것과는 오십보백보라는 거다.
톱밥에서 나오는 피톤치드(테르펜 류)가 피부질환의 치료를 돕는다는 주장도 있다. 피톤치드가 우리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분비를 억제해 심적인 치유 효과가 있다고. 과장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긍정적으로 봐줘 아토피 등 피부염증 등에는 다소 효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피톤치드의 살균작용(강하지 않음)으로 말이다. 그러나 피톤치드가 나온다 해도 부패 초기에 조금 나오는 정도에 불과하니 그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열성균인 고초균이 생산하는 단백질분해효소(protease)가 피부에 접촉하면 해로울 수도 있다. 이 효소에 피부가 오래 노출되면 살갗을 녹여 붉은 반점이 생기고 따끔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피부가 헐었거나 흠집이 있을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가운이나 수건 등으로 매질이 직접 피부에 닿는 것은 피해 줄 필요가 있다.
찜질이나 효소욕 등 높은 온도에서 땀을 무리하게 흘리는 것은 건강에 결코 좋을 수 없다. 땀이 나는 것은 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해서도, 체온을 높여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간이나 신장이 정상이라면 우리 몸속에는 노폐물이 쌓이지 않는다. 땀을 흘리는 것은 단지 정상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우리 몸의 절규요, 몸부림일 뿐이다. 체온조절이 잘 안 되는 어린아이나 노약자에게는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더우면 땀이 난다. 더워서 땀이 나는 게 아니라 체열(온)이 올라가니 땀이 난다고 해야 옳다. 이는 올라간 체온을 낮추기 위함이다. 땀의 성분 중 99.9%는 물이다. 물이 증발하면서 기화열을 발생한다. 즉, 체온으로부터 열을 빼앗아 온도를 낮추는 역할이 땀의 주된 임무다. 아무리 뜨거워도 피부표면의 온도는 올라가지만, 신체 내부까지는 올라가지 않는다. 올라가면 오히려 큰일 난다. 땀으로 체온조절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면 사망한다.
찜질이 피부미용에 좋다는 말도 낭설이다. 높은 온도는 오히려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찜질이 피부미용에 좋다는 말도 낭설이다. 높은 온도는 오히려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 피부 단백질의 많은 부분이 콜라겐이다. 콜라겐은 열에 약한 성질이 있어 쉽게 변성하기 때문이다.
땀을 흠뻑 흘린 후에 온도가 낮은 밖으로 나오면 시원하고 상쾌함을 느낀다. 이 맛에 찜질한다는 게 옳은 대답일지 모르겠다. 다이어트용으로 찜질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순간적으로 수분이 배출되니 그만큼 체중이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갈증으로 물을 마시면 체중은 즉각 원상복귀 된다.
체온 높여 땀 흘리는 행위 건강에 나빠
물론 땀과 함께 미량의 노폐물은 배출이 될 수 있지만, 그 양은 무시할 정도에 가깝다. 원래 땀과 피부는 노폐물을 발산하는 용도가 아니다. 체내의 노폐물은 신장에서 처리해 오줌으로 배출된다. 그래서 무리해 체온을 높여 땀을 흘릴 필요가 있는가 하는 거다.
체온이 일정 이상 올라가면 심각한 일이 발생한다. 죽을 수도 있고 장애로도 나타날 수 있다. 어린애가 열이 높아 뇌성마비가 되는 경우가 그 한 예다. 여름 체온조절이 원활치 않은 노인의 일사병도 급격한 체온상승의 결과다.
건강한 사람이 인위적으로 체온을 높여 땀을 무리하게 흘리는 것이 몸에 좋을 리 없다는 것은 의학상식이다. 고온에 오래 노출하는 오히려 몸에 무리를 주어 피곤함을 더 느끼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온도가 높지 않은 목욕탕에 몸을 담가 체온을 다소 높이고 혈관을 확장해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작업이 이보다 훨씬 몸에 좋다. 욕조나 찜질에서 몸을 덥히면 피부 근방 체온은 다소 올라갈지 모르나 혈액이나 세포 내의 온도는 변하지 않는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leeth@pusan.ac.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