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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영화제 때문에…넷플릭스, 극장 인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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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극장 인수를 준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가 만든 자체 제작 콘텐츠(오리지널 콘텐츠)는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데, 칸국제영화제 측은 이를 이유로 넷플릭스를 경쟁 부문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넷플릭스는 이번 일을 계기로 극장 인수 등을 통해 콘텐츠 유통 방식에 변화를 꾀할 전망이다.

넷플릭스가 당장 극장 체인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영화제 진출이 스타 감독이나 영화배우를 끌어들이는 창구인 만큼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의 극장 상영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쟁사 아마존은 자체 제작 영화를 극장에 우선 개봉한 뒤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 넷플릭스, 극장 인수 시도...이유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버라이어티 등 외신은 19일(현지시각) "넷플릭스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랜드마크 극장(Landmark Theaters)' 인수를 시도했지만, 인수 가격이 너무 높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랜드마크 극장은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 미국 27개 도시에 255개 스크린을 보유한 극장 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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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랜드마크 극장을 인수하지 않기로 했지만, 극장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으로 인해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술렁인다. 전 세계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는 1억2500만명으로 스트리밍 시장 2・3위 업체인 아마존(1억명)・훌루(미공개)를 넘어선다.

넷플릭스는 또 기존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자체 제작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다. 넷플릭스는 연내 80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영화 판권 확보를 위해 2018년 한 해 동안 80억달러(8조5344억원)를 투입한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2017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리지널 영화 두 편을 올리며 입증됐다. 넷플릭스가 투자・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가 '넷플릭스 영화'로는 처음으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이다.

하지만 기존 영화계는 넷플릭스가 전통적인 동영상 배급 방식인 극장 개봉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발했다.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과 동시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방식을 택한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극장 개봉 없이 바로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된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극장 개봉 후 3년이 지나야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에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칸영화제 측은 넷플릭스 영화의 2017년도 경쟁부문 초청은 유지하되 2018년부터는 프랑스 내 극장 개봉작만 경쟁부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 2위 아마존과 격차 벌일 수도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영화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기존 영화계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버라이어티에 "넷플릭스 영화가 다른 영화 제작자의 창작물과 같은 대우를 받길 원한다"며 "넷플릭스 영화와 영화 제작자들이 영화제에서 무례한 대우를 받을 위험에 처해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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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넷플릭스가 극장을 인수할 경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영화제 출품 가능성이 열린다. 또, 극장판 영화 제작만을 원하는 일부 감독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영화계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3월 "넷플릭스 영화처럼 극장에 상영하지 않은 콘텐츠는 오스카에 출품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넷플릭스가 극장을 인수할 경우 오스카 진출 가능성도 열린다.

또한, 강력한 경쟁자인 아마존과의 격차도 벌릴 수 있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신발을 팔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말했는데, 자체 제작한 영화를 우선 극장에서 개봉한 뒤 유료 가입자인 '아마존 프라임' 고객에게 무료로 서비스한다. 아마존은 영상 콘텐츠 제작・배급회사 '아마존 스튜디오'를 통해 아마존이 만든 영상을 극장에 상영한다. 즉, 영화 구독료에서 이익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아마존닷컴 매출의 미끼로 활용한다.

그 덕분에 아마존이 판권을 가진 영화 5편이 2016년 칸영화제에 초청됐다. 2017년 칸영화제에도 토드 헤진즈 감독의 '원더스트럭'이 경쟁 부분에 올랐다. 극장 상영이 먼저라는 기존 영화계의 원칙을 따르면서 영화제에 자체 제작 영화를 올려 화제를 모으는 동시에 영화를 아마존닷컴 매출의 견인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은 17일 무료로 서비스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아마존 프라임 고객이 1억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이 턱밑까지 쫓아오는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극장 상영이라는 선택지를 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고 분석할 수 있다.

여기다 월트디즈니는 2017년 21세기 폭스의 영화 부문 자산을 인수하며 넷플릭스 잡기에 나섰다. 디즈니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면서 스트리밍 시장 3위 훌루 지분은 60%로 늘어났다. 훌루는 디즈니, 폭스, 컴캐스트, 타임워너가 각각 30%, 30%, 30%, 10%의 지분을 투자해 2007년에 세웠다. 또한, 디즈니는 2019년부터 넷플릭스에 자사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는 대신 독자적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

에릭 핸들러(Eric Handler) MKM 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넷플릭스가 극장을 인수하면) 오스카 또는 여타 영화제의 상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에미상 후보로 지명된 이후부터 신뢰도가 높아진 것을 고려하면, 영화제 수상은 넷플릭스 가치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그 누구도 넷플릭스가 미국 내 거대 극장 체인을 인수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며 "넷플릭스는 주요 시장에 발판을 제공할 수 있는 작은 극장 체인과 거래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IT조선 정미하 기자 viv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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