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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빨간날]'떼빙'에 '자라니'도 불쑥…자전거, 도로의 '문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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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편집자주]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자전거가 쓰러진다-④] 불쑥 튀어나와 운전자 위협…'자라니'(자전거+고라니)라 불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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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도로를 점거한 채 '떼빙'(떼+드라이빙)을 하고 있다. 일반 도로에서 자전거는 우측에 붙어 일렬로 주행해야 한다. /사진= 유튜브 캡처


따뜻한 날씨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부쩍 눈에 띈다. 아예 차를 놓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도로나 공원을 질주하는 자전거들은 때론 무섭다. 운전자와 보행자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들 때문에 '자라니'(자전거+고라니)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그야말로 '도로의 문제아'다.



갑자기 불쑥, '자라니족'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처럼 자전거도 일상적인 교통수단이 됐다.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 인구는 약 1340만명에 달한다.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은 330만명, 전국민 10명 중 1명꼴인 셈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안전 사고도 증가한다. 특히 자전거 운전자가 사고를 유발하는 '가해자전거' 사고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경찰청 '교통사고통계'에 따르면 가해자전거 사고는 2011년 2883건에서 2016년 5936건으로 5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전거 사고 사망자수(0.5명)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제도와 인프라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안전의식 부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도로에 불쑥 튀어나오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해 자동차 운전자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것. 이들을 갑자기 도로에 나타나는 고라니에 빗대 '자라니족'으로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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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도로에서 우측 가장자리에서 주행해야 하는 자전거가 차선을 옮겨다니며 주행하는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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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에 무리한 주행, 결국 사고까지



이들은 자의와 타의가 섞여 주변에 위협을 가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자전거는 일반 도로에서 우측 차선에 붙어 운행해야 하지만 차선을 넘나들거나 역주행을 해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자전거 동호회 등에서 떼를 지어 이동하는 '떼빙'(떼+드라이빙)도 공포의 대상이다. 최근 서울 교외 등 국도에서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끼리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무리지어 자전거를 탈 경우 일렬주행을 해야 하는데 이들은 병렬 주행을 하거나 좁은 도로를 단체로 점거한 채 달려 운전자들의 불만을 사는 경우가 많다.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픽시 자전거도 차량을 위협한다. 변속기와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는 빠르게 달릴 경우 속도를 제어하기가 어려워 브레이크를 장착해야 안전하다. 그러나 운전이나 제동이 미숙함에도 브레이크 없이 무리해서 주행해 본인은 물론 주변에 위험한 상황을 연출할 때가 많다.

이뿐 아니다. 평범하게 자전거를 타더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으로 귀를 막는 등 부주의한 자전거족도 많아 사고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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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도로를 막고 '떼빙'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강공원을 빠르게 질주하는 일부 '자라니족'은 나들이 나온 보행자, 다른 자전거 운전자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실제 관련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공원 내 자전거 사고 건수는 105건으로 대체로 과속으로 보행자나 다른 자전거 운전자와 추돌한 경우였다.

집 근처 반포 한강공원을 자주 찾는 이모씨(27·여)는 "한강에서 자전거를 자주 타는 편인데 빠른 속도로 달려와 위협적으로 지나갈 때가 많다"며 "공원이 레이스하는 곳도 아닌데 무서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자전거 운전자들은 한강공원 내 자전거도로에 보행자가 지나는 것을 문제 삼기도 한다. 그러나 한강공원을 비롯해 대부분의 자전거도로는 전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이며 속도제한(한강공원 시속 20km)도 있어 무턱대고 달려선 안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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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속초로 향하던 자전거 일행이 미시령로를 지날 무렵 고속버스 한대가 자전거를 추월하자 자전거가 크게 휘청거려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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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 엄연히 '차량', 교육 필요



이렇듯 계속해서 자전거 안전사고가 증가하자 자전거 교육과 인식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을 제고하기 위해 서울시를 비롯, 지자체들이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고 인프라도 개선하고 있지만 정작 자전거 안전의식은 더디다는 것이다.

자전거는 엄연히 현행법상 '차량'으로 분류되고 이에 걸맞은 교통법규와 책임을 준수해야하지만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자전거와 자동차, 보행자가 함께 통행하는 환경에 익숙하지 못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나도 모르게 '자라니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경옥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전거 이용자에 어린이, 청소년, 노인층 등 운전면허나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며 "이들에 대한 자전거 이용시 지켜야 할 안전 수칙, 사고 위험 상황 등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령별 자전거 가해 사고를 살펴보면 20세 이하가 약 23%로 가장 많았고 71세 이상(10.7%)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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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민이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운전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전 세계에서 자전거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사진(암스테르담)=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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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천국'으로 불리는 유럽 자전거 선진국들은 좋은 예시가 된다. 독일은 학교에서부터 의무적으로 자전거 안전 이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8세 이하 어린이는 자전거를 이용할 수 없는 독일은 학생들을 위해 이론, 실습, 도로주행, 면허 시험 등의 과정을 거치는 자전거 면허 시험을 통해 어린 나이부터 자전거 안전 인식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모든 책임을 자전거에만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자전거를 '차량'으로 인지하지 않고 불만과 짜증을 보이는 차량도 자전거족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시민 자전거 대표 커뮤니티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이규섭 부회장은 "자가용 운전자가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운전자가 차를 몰기도 한다"며 "같은 '차량'을 운전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양보와 배려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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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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