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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빨간날] "서울, '자전거 도시 1위' 코펜하겐처럼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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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편집자주]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자전거가 쓰러진다-③] '도로 다이어트' 방식, 사고·갈등 유발… "세계 1위 자전거 친화도시 코펜하겐처럼 '코펜하겐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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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종로구의 자전거전용차로. /사진=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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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코펜하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미국 미니애폴리스, 일본 교토… 세계적 자전거 친화 도시들을 향해 서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시는 지난 8일 서울시내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서 동대문종합상가 방향으로 약 2.6㎞ 길이의 자전거전용차로를 공개했다. 하지만 어쩐지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도로 곳곳이 뚝뚝 끊겨있거나 트럭·버스가 우두커니 정차해있다. 버젓이 오토바이도 달린다. 서울의 열정은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18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이 자전거 이용경험이 있는 만 19세~59세 수도권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한 조사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자 중 20.4%만이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자전거 전용도로와 도보 및 자동차 도로의 경계가 모호한 구간이 많고, 정비가 잘 되어있지 않아 불편을 느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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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한 시민이 자전거전용차로에 정차된 차량을 피해 차도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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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계획 설계 때부터 자전거 도로 포함돼야

전문가들은 자전거 도로를 도입할 때는 처음 도시 계획 설계 때부터 자전거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에 서울에 생긴 종로 자전거전용차로처럼 도시가 모두 만들어진 후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도로 다이어트 방식'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도로 다이어트 방식'은 이미 구성된 자동차 도로의 차로 폭을 줄여 도색 작업 등을 통해 자전거 도로를 옆에 배치한다. 쉽게 자전거 도로를 만들 수 있어 공론화 과정이 오래 걸리지 않고 전환이 간편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방식이 빠르게 달리는 차량의 흐름에 상대적으로 느린 자전거 교통을 종속시켜 운전자간 갈등을 유발하고 교통사고도 일으킨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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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3가 인근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한 시민이 자전거전용차로에 정차한 차량을 피해 차도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에 따르면 2013~2016년 4년간 서울시내에서 1만8105건의 자전거 교통사고로 1만8222명의 사상자(사망 114명·부상 1만8108명)가 발생했다. 이중 대다수는 자동차-자전거간 사고다. 자전거 도로와 자동차 도로 사이에 도색 이외에는 물리적 구분이 없기 때문에 자동차가 자전거도로를 마구 넘나들어 사고가 발생한다.

대한건축학회연합논문집 '기존 도로 구조와의 관계 분석을 통한 자전거도로 체계 특성 연구'에서 김주일 등은 "주로 느린 속도로 단거리를 가는 자전거와, 빠른 속도로 장거리를 가는 자동차는 아예 다른 네트워크이므로 처음부터 따로 떼어놓고 계획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로 다이어트' 대안은? 자전거 친화도시 1위 코펜하겐 살펴보니

'코펜하겐 디자인 컴퍼니'에서 '코펜하겐 지수'(자전거 친화 도시 지수)를 발표할 정도로 '자전거 친화 도시'의 대명사인 덴마크 코펜하겐. 코펜하겐에선 시민의 41%가 자전거로 통학·통근한다. 코펜하겐의 자전거들은 1년 평균 운행거리가 120만㎞에 달하며, 자전거 수(56만개)가 인구 수(52만명)를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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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식 자전거도로의 예. 코펜하겐은 자전거 도로를 차도 옆에 배치하고, 연석을 두어 차도와 분리했다. /사진=위키커먼스


코펜하겐은 처음 도시 계획부터 자전거 도입을 고려해 차도 옆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또 자전거 도로의 양측에 연석을 두어 차도와 공간을 완전히 분리했다. 약간의 단차가 있고, 시작적으로도 뚜렷하게 '자전거를 위한 도로'라는 인식이 생겨 자동차가 불법주차하거나, 택시가 멈춰 승객을 태우거나, 자동차들이 속도를 내려 이 도로를 침범하는 일이 없다.

연석을 배치해 구분지은 자전거도로는 코펜하겐 도로의 특징으로, '코펜하겐화'(Copenhagenization)라는 고유명사로 불린다. 호주 시드니·멜버른, 영국 런던, 미국 시애틀, 요르단 암만 등도 자전거 친화도시로 전환을 외치며 도로를 코펜하겐화했다.




코펜하겐화 어떨까… "자전거 도로와 자동차 도로 완전 구분해야"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에서 채택한 '도로 다이어트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도 '코펜하겐화'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명수 한밭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종로 자전거 전용차로처럼 '도로 다이어트 방식'을 통한 자전거 친화 도시로의 전환 노력은 탁상공론의 사례로, 불법주차를 양산하고 자전거-자동차 교통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자전거친화도시의 전환을 위해서 코펜하겐화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인도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돼 양측에 연석을 배치하거나 단차를 줘 자전거 도로와 인도를 아예 분리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최웅섭 월간 자전거생활 팀장도 "이미 만들어진 종로 자전거 차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코펜하겐화해 연석이나 볼라드 등을 배치해 자동차도로와 완전히 구분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하지만 제도보다는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부 서구권에서 도로다이어트 방식만으로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성공한 사례도 있다"면서 이는 '자동차 우선주의'가 아닌 '자전거도 자동차와 함께 달린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 나라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전거 운전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게 자전거 친화도시로 나아가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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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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