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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듣진 못해도 당구에 대한 집중력은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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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9일, 서울 중랑구 "초이스 당구클럽"에서 서울 지역 청각장애인 대상 "당구교실" 두 번째 교육이 열렸다. 강사인 이철암 선수(서울연맹)가 전정주 수화통역사의 설명과 함께 교육생 김창대씨의 브릿지 모양을 고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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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예상보다 시끌벅적했다. 조용할 것이란 기자의 편견이 깨졌다. 큐를 든 농아인(聾啞人)들의 눈엔 ‘당구열정’이 가득했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랑구 면목동 ‘초이스 당구클럽’에서 서울지역 청각장애인 대상 ‘당구교실’ 두 번째 교육이 시작됐다.

40~70대 교육생 7명이 큐를 들고 테이블을 빙 둘렀다. 그리고 기대감 어린 눈으로 교육 강사인 이철암 선수(서울연맹‧48)를 바라봤다. “오늘은 회전, 당점을 배워볼게요” 강사의 말이 끝나자 교육생들은 눈은 전정주 수화통역사(서울농아인협회 중랑구지회)로 향했다. 곧이어 박수가 터져 나왔다.

테이블 위에 빨간공 2개, 흰공, 노란색 공이 놓여있었다. 4구였다. 이 강사는 “교육생들 모두 ‘당구초보’인 관계로 4구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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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넓이는 이정도요" 이날 강의에서 가장 열성으로 교육에 참여한 황미해씨(맨 오른쪽)를 이철암 강사가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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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1대1 지도로 진행됐다. 이 강사가 손 브리지 모양, 스탠스 등을 잡아주면 교육생들은 이를 토대로 직접 공을 쳤다. 수구가 좀처럼 제1적구에 맞지 않았다. 또 맞더라도 제2적구로 향하는 샷은 드물었다.

김창대(57)씨는 샷이 빗나가자 겸연쩍은 얼굴로 빈 테이블에 가 따로 개인연습을 하기도 했다. 첫 교육(4월 17일)부터 열심이었던 그는 이날도 쉴 새 없이 테이블에 엎드렸다. 길고 짧은 거리의 샷을 치다, 초보에겐 ‘고급기술’인 끌어치기도 곧잘 해냈다.

“이제 두 명씩 게임해 보겠습니다” 기본교육이 끝나고 교육생들간 4구 게임이 시작됐다. 동시에 수화통역사 전정주 씨도 바빠졌다. 4개 테이블을 돌며 이 강사가 설명하는 게임룰을 수화로 전달했다.

황미해(50‧여)씨는 남성 교육생 조종태(41)씨와 대결했다. 한 타 한 타 칠 때 마다 초집중했다. 명중하면 수화와 함께 환호했고, 빗나가면 조 씨와 함께 손과 큐로 진행방향을 그려가며 복기했다.

황 씨는 “첫 교육 후 집에 가서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오늘 교육받은 것 역시 복습하려고 열심히 필기했다”면서 “저희는 듣는 건 힘들어도 그만큼 보는 능력과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구가 재미있어졌고,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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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샷을 성공한 황미해씨가 테이블을 바라보며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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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청각장애인 당구교실’은 서울시장애인체육회가 지원하는 ‘생활체육교실 사업’일환으로 서울지역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6월 14일까지 총 16회 교육이 무료로 진행된다.

이날 바쁘게 테이블 사이를 누비던 전정주 씨는 이 교육의 담당자다. 그는 “농아인분들이 혹시나 생소한 교육을 낯설어 할까봐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면서 “오히려 지난번 교육때보다 교육생들의 참여도가 더 올라간 것 같다”며 웃었다.

교육시작 1시간 30분이 지나 수업이 종료됐다. 이철암 강사가 교육생들에게 ‘감사합니다’ 수화를 하고 두 번째 교육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여러분들의 집중력에 또한번 감탄했어요. 즐겁게 당구를 배우는 여러분께 되레 선수로서 ‘당구를 대하는 마음가짐’ 등을 배웁니다. 덕분에 몇 가지 수화도 공부했어요. 이 열정 끝까지 지니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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