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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공무원'을 국회의원 맘대로 승진?…김기식 논란, 보좌진 제도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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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the300]보좌진 인사·국고지원비 등 '막강 재량권'…美·英 등 선진국에선 의원 개인과 고용관계

머니투데이

'여비서 특혜 승진'으로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사진=홍봉진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해외출장에 동행한 인턴이 출장 직후 9급 비서로 채용된 지 8개월 만에 7급으로 '고속승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적정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이 보좌진 고용·해임 등에 전권을 가지고 있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공무원 신분인 국회 보좌진이 국회의원의 사적 고용인처럼 다뤄지는 것이 적절하느냐에 대한 반문이 뒤따른다.



김 원장은 19대 의원 시절 피감기관과 민간은행의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때 동행한 김모씨는(당시 인턴 신분)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인 2015년 6월 9급 비서로 채용됐고, 8개월 만인 2016년 2월 7급 비서로 승진했다.



'고속승진'의 배경에는 보좌진 인사에 관련해 의원들에게 보장된 '특권'이 있다. 보좌진을 거느리는 의원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은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다. 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의원 1인당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 각 1명 △계약직 인턴 1명 등 총 9명을 둘 수 있다.



보좌진 채용 비용도 국고로 지원받는다. 국회도서관이 2016년 발간한 '의원직 한눈에 보기'에 따르면 한국의 보좌진 국고지원비는 연간 약 4억4021만원이다. 독일(약3억), 영국(약2억1000만), 일본(약1억7000만), 프랑스(약1억4000만) 등과 비해 높은 수준이다.



법률에는 보좌진의 정원과 보수만 규정돼있어 보좌진의 고용·해임·승진 등은 의원 재량이다. 의원이 면직요청서를 제출하면 보좌진의 해임이 즉시 이뤄진다. 행정부 별정직이나 전문계약직의 경우 임용 자격과 절차·징계·면직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의원이 국회 사무처 소속 공무원인 보좌진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의원에게 주어진 특권이 남용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보좌진의 채용과 승진에 정책 전문성 대신 친인척이나 지인 등 사적 관계를 기준으로 삼는 '낙하산 특혜'는 폐습으로 그동안 지적돼왔다.



이번에 김 원장이 휩싸인 논란도 8개월 만에 승진한 배경에 전문성보다는 개인적인 이해 관계가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에서 불거졌다. 김모 비서는 김 원장이 2년 전 총선에서 떨어지자 김 원장과 함께 더미래연구소에 재취업해 현재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다수의 국민들, 특히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9급에서 7급으로 올라가려면 몇년이 걸리는데 저렇게 쉽게 7급이 되느냐"며 이를 특혜성 승진으로 바라곤다.



선진국 사례에 비춰볼 때도 보좌진에 대한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권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 보좌진은 한국처럼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국회의원과 고용계약 관계를 맺는다. 미국 국회의원은 의회에서 지급되는 일정액의 보좌진 수당을 받아 재량껏 보좌진을 고용할 수 있다. 미국 하원의 경우 상근 보좌진을 18명까지 고용할 수 있고 추가로 4명을 시간제 비서나 인턴으로 뽑을 수 있다. 이들은 법률 제정, 사무관리, 공보, 민원, 일정관리 등 업무를 세분화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국회의원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고에서 지급되는 돈으로 보좌진을 고용한다. 이들 국가에서 보좌진은 선망과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국회의원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을 고용하는데 보좌진의 정책 전문성이 부각되다 보니 의원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평이다.



일본 의원은 보통 7-8명의 보좌진을 두는데 국가에서 월급을 받는 보좌진은 정책비서 한 명과 일반비서 두 명뿐이고 나머지는 따로 고용해 정책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책 비서의 경우 10년 이상의 국회 경력이 요구되고 일정한 시험에 합격할 만큼 채용절차가 엄격하다.



정책 비전이나 성격 차이 등 의원과 마찰을 빚을 경우 하루아침에 보좌진 직을 그만두게 되는 등 고용 불안정성이 커지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고 지원과 재량권이 폭넓게 보장된 만큼 의원들도 보좌진 관리에 있어 개인의 이해관계가 아닌 정책 전문성이라는 본래 기준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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