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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기업엔 강좌, 국회선 셀프용역으로 돈 받아" 더미래硏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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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대상 강좌로 3년간 2억5000만원 매출
국회 연구용역 3년간 4건…직접 관여된 의원들의 '일감 몰아주기' 지적도
아시아경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미래연구소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이은결 수습기자] 11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미래연구소(이하 더미래)' 사무실 앞은 고요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연구소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고액 강좌 운영과 김 금감원장을 둘러싼 '외유 논란'이 확산되면서 이날도 연구소의 문은 잠겨 있었다. 바로 옆 사무실의 한 직원은 피곤한 기색으로 "(연구소 직원들과) 마주치면 목례하는 정도였을뿐 말씀드릴 게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더미래는 김 금감원장이 이달 금감원장으로 임명되기 전 3년간 소장으로 재직한 연구소다. 2015년 2월 개소했다. 국세청 공익법인공시에 등록된 설립일은 3월26일이다. 모태는 19대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초ㆍ재선 의원 21명(현재 27명)이 소속된 더좋은미래다. 더좋은미래는 2017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집권을 목표로 정책적 대응을 돕기위한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고 더미래를 설립했다.

더미래의 출범 당시 인적구성을 보면 현 청와대ㆍ여당의 요직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초대 이사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인 최병모 변호사가 맡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우상호 의원, 은수미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등이 이사로 참여했다. 이들은 2015~2016년 비상임 이사를 맡았다. 현재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사진에 김 금감원장을 비롯해 박홍근ㆍ홍익표ㆍ유은혜 민주당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젊은 의원들이 뭉친 조직이지만 연구소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건 김 금감원장이었다. 더미래에선 IF(Korea Istitute for the Future)라는 이름으로 여러 사업과 연구를 진행해왔다.주기적으로 현안 보고서를 냈고 정치ㆍ사회ㆍ경제 전 분야를 망라해 현 정부의 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보고서를 통해 어젠다를 제시해왔다. 더미래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2015~2016년 총 2억7225만여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은 강좌 아카데미와 연구용역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같은 기간 연구용역으로는 7545만여원을, 아카데미 강좌로는 1억9374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아카데미는 지난해 매출(6400만원)까지 더하면 3년간 매출이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 아카데미는 1인당 350만원(1기)~600만원(2ㆍ3기)의 강좌료를 받아 고액 강좌 논란을 빚었다.

해외연수비용이 포함돼 고액 강좌가 아니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수강생 대부분이 금융사나 금융관련 협회 혹은 대기업의 대관(국회ㆍ정부기관 등을 담당) 업무 담당자인 것을 고려하면 강의 자체보단 인적 네트워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참석한 이들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19대 국회 때 대관업무를 맡았던 한 대기업 직원은 "인적 네트워크 확보도 아닌 인사 차원으로라도 가야했다. 안가면 안되는 자리"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더미래와 직접적으로 관여된 의원들이 더미래에 국회 상임위원회 연구용역을 발주한 정황도 확인됐다.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인 셈이다. 한국당에 따르면 더미래 이사를 맡은 박홍근 의원은 운영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으며 더미래에 '국회 연구지원조직의 역할과 재구축 방안'이라는 주제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약 800만원짜리 수의계약이다. 더미래는 더미래 이사인 우상호 의원과 더좋은미래 소속인 이학영 의원에게도 각각 1000만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수탁받았다. 김 원장 역시 19대 국회 당시 정무위원회 간사를 하며 친분관계에 있는 경제개혁연구소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1000만원씩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이날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내놓은 2015~2017년 국회 상임위 연구용역 수주 현황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는 3년간 총 141건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중 대학 산학협력단을 제외하면 1개 연구단체로는 더미래가 가장 많은 연구용역(4건)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이은결 수습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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