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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또 원장 개인사에 발목…금감원, 한 달 넘게 '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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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손에 안잡힌다" 금감원 내부 혼란…"금감원장 자리가 보수·진보 정쟁 대상이냐" 비판도

아시아경제

금융감독원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융감독원의 업무 공전 현상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연이은 원장 개인사가 금감원의 발목을 잡으면서 내부도 혼란에 빠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김기식 원장의 해외출장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자료를 전날 하루에만 3건 배포했다. 언론과 야당을 중심으로 연이어 외유성ㆍ로비용 출장 의혹이 제기되자 취임 일주일만인 8일부터 김 원장은 보도자료 형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있다.

김 원장의 해명에도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파장이 확산되자 금감원 내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전임자인 최흥식 전 원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지난달 12일 사퇴한 지 한 달도 안돼 신임 원장이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으면서 또 다시 조직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최 전 원장 사퇴 이후부터 사실상 한 달째 업무가 공전하고 있는 셈이다.

업무 추진이 한창 힘을 받아야 할 금감원장 취임 초에 오히려 원장의 자격 논란이 확산되면서 금감원의 업무 추진도 모멘텀을 잃고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업무보고서 잉크도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이런 논란이 생기니 당혹스럽다"며 "일상적인 업무는 계속 하지만 솔직히 일이 손에 안잡힌다"고 전했다.

실세 금감원장이 오면서 금감원의 독립성 확보 등 그동안의 숙원을 풀어 줄 거란 기대가 컸던 만큼 상실감 또한 크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외풍을 막아줄 수 있는 금감원장이 와 기대가 컸는데 당황스럽다"며 "관료 출신 원장의 한계 못지 않게 비(非) 관료 출신 원장의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한 듯 김 원장은 이날 오전 임원회의에서 "원장이 되기 이전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서 임직원들에게 송구스럽다"는 뜻을 밝히며 흔들림없이 일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일각에선 '금융경찰'이란 막중한 역할을 해야 하는 금감원장 자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에 금감원장을 임명했으면 이렇게까지 심한 공세를 받진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금감원 직원은 내부 게시판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감원장이 보수와 진보 세력간 정쟁의 대상이 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 원장의 자격 논란이 확산되면서 금감원의 앞날도 안갯속이지만 김 원장은 삼성증권 배당오류사고 수습, 신한금융 채용비리 의혹 검사 등 금감원의 할 일을 흔들림없이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 금감원 임원은 "금감원이 상시적으로 해야 할 업무들이 있는 만큼 최근의 논란에 동요하지 않고 우리 일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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