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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증시한담] "외국계 공매도 세력 없어졌다" 환호했으나...알고보니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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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배당 사고 여파로 공매도 제도가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형성되며 지난 9일 대표적인 공매도 피해주로 거론되는 셀트리온, LG디스플레이가 나란히 급등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때마침 이 종목들의 매도 창구에서 외국계 증권사가 사라지면서 “공매도 세력이 몸을 사린다”는 추측까지 나왔는데, 나중에 확인된 수치를 보니 이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제도 폐지는 현실적으로 검토하기 어렵고, 공매도로 인한 순기능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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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DB




◇ ‘공매도 피해주’로 꼽히던 셀트리온·LG디스플레이 화색

지난 6일 삼성증권 배당 사고가 발생하고, 7~8일 공매도 폐지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공매도로 몸살을 앓는 기업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9일 장 개시 전부터 “오늘은 얼마나 오를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실제 셀트리온(068270)LG디스플레이(034220)의 주가는 9일 4% 안팎 급등했습니다. 공매도가 사라졌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또 하나 있는데, 이는 매도 상위 창구에서 외국계 증권사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거봐라. 삼성증권 때문에 그동안 불법 공매도를 일삼았던 것이 들켜서 오늘은 조용한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셀트리온의 경우 9일 매도 상위 5개 창구가 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으로 외국계가 한곳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웬걸,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공매도 폐지 기대감이 불거졌던 9일 장 마감 후 셀트리온은 매매의 5.93%가 공매도 물량이었습니다. 최근들어 20%대까지 치솟았던 공매도 비중에 비해 많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인 SK하이닉스(000660)(1.24%),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3.56%)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 비중은 다음날 9.06%까지 다시 올라갔습니다.

LG디스플레이도 9일 공매도 비중이 23%에 달했습니다. 10일에도 22%를 유지했습니다. 이번에 사고를 터뜨린 삼성증권(016360)또한 공매도 거래가 매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9%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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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금액은 3877억원이었습니다. 이는 총 거래량의 5%가량입니다. 삼성증권 사태로 공매도가 주춤했던 것이 아닌데, 개인투자자들만 환호했던 셈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자들이라고 주문을 꼭 외국계 증권사에만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매도 창구만으로 외국계 투자자들의 패턴을 읽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 전문가들 “공매도 폐지해도 삼성증권 사고 막을 수 없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증권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를 폐지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삼성증권 사태가 국내 공매도 제도와는 애당초 관련이 없는 문제라는 설명입니다.

증시에서 매도는 일반매도와 공매도 두가지로 나뉘는데, 이번 삼성증권 거래는 공매도가 아닌 일반주식 매도였다는 설명입니다. 직원들이 전산상으로 잘못 입고된 주식을 매도한 것이니 오류거래이지, 다른 사람에게 주식을 빌려서 내다 파는 공매도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한 시장 관계자가 이번 오류 사태를 쉽게 설명하려고 “사실상 공매도와 같았다”고 하는 바람에 개인투자자들이 들불처럼 일어난 셈입니다.

모간스탠리 홍콩에서 공매도 담당 상무를 지낸 하재우 트루쇼트 대표는 “ETF, 개별주식 선물 등 다양한 파생 상품 운영을 하려면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공매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다만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관련 정보를 접하는 데 장벽이 높아 불리한 상황에 처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10일 기자와 만나 “삼성증권 사태로 공매도 제도를 없애자는 것은 매일 술먹고 들어오는 아버지가 미워서 모든 가정에 아버지를 없애자는 이야기와 같다”면서 공매도 폐지론이 오히려 이번 사고의 본질을 흐리는 과도한 논리라고 지적했습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날 증권사 대표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공매도 관련해서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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