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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the300레터]'김기식과 男비서'였어도 이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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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the300]'여비서와 해외 출장' 성희롱·비하적 프레임에 분노한 국회 안 여성들

머니투데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김기식 금감원장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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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은 정책하면 안 되고 여성 보좌진은 남성 의원 수행하면 안 되나요? (중략) 매번 '여비서'라는 명칭으로 이상한 사람들의 야릇한 상상에 동원되는 직업군이 되는 것 같아 불쾌했는데…"(10일 오전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 페이지)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국회 안 여성들이 뿔났다. 최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해외 출장 논란 양상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성희롱적 표현, '국회의원 비서'를 비하하는 표현들에 대한 분노다.

보수 야권은 '여비서'라는 표현을 강조하며 의혹을 키운다. 보좌 능력 없는 일개 '여비서'가 남성인 김 원장의 해외 출장에 동행해 피감기관의 지원금으로 로비성 외유를 즐기고 이후 9급 인턴에서 7급 비서로의 '승진'이라는 특혜를 얻었다는 내용이다.

여성이었기 때문에 실력도 자격도 없으면서 대가를 얻어낼 수 있었다는 논리다. 성별이 여성이고 직업 내지는 직함이 '비서'일 뿐인 한 개인을 누군가의 노리개 정도로 인식하는 성차별적 시선이 묻어난다.

대표적으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김 원장이 수차례 외유를 떠났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그 때마다 '여비서' 김모씨가 동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 원장은 외유에 여비서 김모씨가 동행한 목적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며 "김씨가 인턴으로 들어올 당시 석사 학위 취득 사실이 없었다는 점도 (제보로) 확인했다"고 했다.

일부 언론도 가세했다. 김모 비서의 근무 이력과 과거 경력 등을 파헤친 신상털기성 기사에 '수상한 여비서' 등의 제목을 달아 논란을 키웠다. 이날 기자들 사이에 해당 여비서로 추정된다며 특정 여성 사진이 공공연히 돌기까지 했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반발하며 공식적인 사과까지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민보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언론과 보수야당에서 '원장과 여비서' 프레임으로 부적절한 시각을 유도해 국회의원 보좌진을 비하하는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사과를 촉구했다.

국회 보좌진들의 소통 창구인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도 울분 섞인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여비서'라 밝힌 익명의 한 보좌진은 "미투 대책을 논의하고 고민했던 이 직업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모 야당 대표와 공인된 매체가 대놓고 성희롱을 해도 참아내야 하는 직업이 됐다"고 비판했다.

실제 김 원장이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는지, 성별을 떠나 김모 비서에 인사 특혜가 있었는지에 대한 진실 여부를 파헤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실제로 외유성 출장이 맞았더라도 그에 대한 비난은 피감 공공기관 예산을 사적으로 썼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동행한 비서가 '여비서'였는지 '남비서'였는지는 중요치 않다.

만에 하나 진짜로 김 원장과 해당 비서가 의원과 보좌진 이상의 관계였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특정 직업에 성차별적 프레임을 넣는 것은 바람직않다.

역으로 김 원장을 수행한 비서가 '남(男)비서'였다면 '남비서 동행 출장'에 '수상함'을 제기했을지 의문이 든다. 애초에 그동안 생활하면서 '남비서'라는 말 자체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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