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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도덕성 흠집난 금감원장, 흔들리는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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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김기식 원장, 연일 해명하지만 도덕성 훼손에 궁색.."일 좀 해보자"던 금감원도 주춤]

머니투데이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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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해외 출장 논란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은 김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직 금감원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게 됐다. 김 원장 취임으로 '일 좀 해보자'던 금감원은 연이은 '원장 리스크'에 다시 흔들리고 있다.

◇도덕성에 흠집난 금감원장=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에 침묵하던 김 원장은 지난 8일부터 해명을 시작했다. 10일까지 4건의 해명자료를 배포했고 10일에는 직접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해명은 "(한국거래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우리은행 등)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출장을 다녀온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기관의 요청을 받아 간 업무상 출장이었고 출장 이후 해당기관에 혜택을 준 적이 없다"로 요약된다.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로비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청와대도 지난 9일 "재검증했지만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출장으로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김 원장과 청와대 모두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사과했다. 김 원장은 인턴 등 보좌진까지 출장에 동행시킨 것도 부적절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해당 인턴에 특혜를 주려 승진시킨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19대 국회에서 김 원장과 함께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국회 관계자는 "임기 후반에 김 원장이 지역구 출마를 결심하지 못하면서 일부 비서들이 다른 의원실로 옮겨가 결원이 발생했고 그에 따라 다른 비서들이 내부 승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에는 8급이 없었기 때문에 9급에서 7급으로 승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의 해명과 동일하다. 실제로 19대까지 국회의원은 4급 2명, 5급 2명, 6·7·9급 각 1명, 인턴 2명을 둘 수 있었지만 20대 국회 들어 8급을 신설하고 인턴을 1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피감기관의 예산을 쓴 출장이란 점에서 김 원장은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특히 시민단체 출신으로 국회의원 시절에도 청렴성과 도덕성을 강조해왔던 김 원장에겐 기대 수준이 높았던 만큼 치명적이다. 개혁적이고 청렴한 인사를 통해 금융개혁에 나서겠다는 청와대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여당은 '당시 국회 관행이었다, 전수조사라도 하자'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피감기관에서 출장비를 받아 해외 사례를 조사하러 나간다면 말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게다가 김 원장이 출장 당시 관광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외유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김 원장은 2015년 5월 우리은행이 주관한 중국 충칭 출장 당시 우리은행의 지원을 받아 임시정부 유적지 등을 둘러봤다는 보도가 나온데 이어 같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주관한 유럽 출장 때도 로마 관광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원장은 "공식일정 외 남는 시간에 둘러본 것"이란 입장이지만 관광 역시 피감기관의 지원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연이은 원장 리스크, 흔들리는 금감원= 김 원장 취임 당시만 해도 금감원은 내부적으로 '힘있는 원장, 원칙있는 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김 원장은 취임사에서 "정책과 감독은 다르다"며 금융위원회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 금감원을 강조하기도 했다. "몸은 피곤하겠지만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금감원 A부원장보)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원장의 자격 논란이 연일 계속되면서 상황이 꼬이고 있다. 김 원장과 금감원은 이날도 삼성증권 '유령배당 사건'과 관련해 바쁘게 움직였지만 삼성증권 문제보다 김 원장 자격 논란으로 더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원장 취임 이전에 벌어진 일이다 보니 우리가 나서서 해명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며 "정치 이슈가 돼버려 사태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 했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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