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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여야, 개헌-방송법 대치… 이낙연 총리 시정연설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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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유감”… 추경처리 촉구

이낙연 총리 “국회도움 간청” 페북에 글

與 “야당 개헌 좌초시킬 속셈”… 野 “여당 방송법 내로남불”

개헌과 방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9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도 취소됐다. 총리 시정연설이 여야 대치로 무산된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청와대는 즉각 유감을 표시하고 추경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총리) 시정연설을 언제하게 될지 모르는 유감스러운 상황이 됐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이 의결돼 정부가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국회의 대승적인 결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시기상의 반대가 있으리라고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방선거 이후 추경을 편성해서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헌안을 둘러싼 충돌로 정국이 냉각된 가운데 추경의 필요성을 앞세워 국회를 설득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총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자리를 찾는 청년, 청년을 고용할 중소기업, 조선과 자동차 구조조정으로 경제위기를 맞은 군산 거제 통영 고성 진해 울산 동구를 지원하는 추경입니다. 국회의 도움을 간청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후폭풍으로 인한 일자리 재난 상황에도 정치권이 추경안 논의를 시작하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조찬과 오찬으로 이어진 세 차례 연쇄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들은 이어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정례회동에서도 합의에 실패했다. 정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본회의를 열어야 대정부 질문도 가능하다. (임기 중) 제 마지막 임시국회인데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분산 내용을 개헌안에 어떻게 담을지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한국당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당 원내대표를 만났을 때 선거구제 개편이 수용되면 대통령 권력을 분산할 수 있다고 했지만 개헌 협상에 전혀 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노 원내대표도 “시대적 추세가 분권이니 대통령중심제를 기본에 놓고 다양한 권력분산 장치를 합의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우 원내대표는 전날 한국당 의원들이 국민투표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 불참한 걸 언급하며 “말로는 개헌을 말하면서 국민 개헌을 반드시 좌초시키겠다는 본심을 드러냈다”고 맞받아쳤다.

방송법 개정안 갈등도 본회의 무산에 핵심 요인이었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여당이 방송법에 대해 완전히 ‘내로남불’로 나오고 있다”고 성토했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서 정부 여당의 입김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다수제(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를 도입하는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이 처리 불가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 바른미래당 김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면서 말을 바꾸는 민주당을 믿고 협상할 수 없다. 오늘 중 민주당에서 야권이 받을 수 있는 방송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안을 낸다면 받을 수 있다는 최종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은 2016년 7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들도 모두 심의한 뒤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우 원내대표는 “문제가 된 방송법 개정안은 상임위에서 충분히 합의된다면 4월 중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최고야·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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