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총리 4선… 극우바람 거세진 동유럽/난민·이민자들 ‘국민의 적’ 규정/부패 추문에도 ‘민족주의’ 약발/48.8% 득표… 의석 3분의2 확보/외신들 “민주주의의 후퇴” 분석/폴란드·체코 등도 우경화 추세/유럽내 동·서 갈등 격화 우려도
“지지 감사합니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운데)가 8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 결과 자신이 이끄는 피데스가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수도 부다페스트의 한 거리에서 승리 소감을 밝히기 전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부다페스트=AP연합뉴스 |
8일(현지시간) AFP통신은 헝가리 선거관리위원회(NVI)를 인용해 오르반이 이끄는 피데스와 기독민주국민당이 48.81%의 득표율(개표율 98%)을 기록, 제1야당인 요빅(19.67%)을 압도적으로 눌렀다고 보도했다.
피데스 측은 전체 199석 중 최소 개헌 가능한 3분의 2 의석인 133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1998년 총리에 오른 뒤 2010년 재집권한 오르반은 이번 승리로 4선 총리가 되면서 2022년까지 헝가리를 이끌게 됐다. 오르반은 승리를 확정한 뒤 “우리가 이겼다”며 “국민들은 헝가리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선사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사위가 EU 개발 지원금을 착복했다’는 등의 각종 부패 추문에도 오르반이 난민과 이민자를 헝가리 국민의 ‘적’으로 규정하는 선거 전략을 통해 총선에서 압승했다고 전했다. 그는 집권 기간에 국경에 레이저 철조망을 설치하고, 난민 신청자를 송환 구역에 수용해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6일 마지막 유세 때 “수천만명의 아프리카, 중동 이주민들이 헝가리 문을 깨버리고 테러, 범죄, 강간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헝가리 국민들이 이주민들과 결혼해 우리의 색깔이 다른 (민족의) 색깔과 섞이길 원치 않는다”고 말해 유엔으로부터 ‘인종차별’이라고 비난받았다. 헝가리 정치자본 연구소 에디트 지구트 위원은 “난민을 옹호하는 헝가리 출신 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를 공격하고, 난민을 연결고리 삼아 주권을 침해하는 EU의 행태를 문제 삼는 등 대중의 분노를 효과적으로 이용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올해 헝가리의 경제성장률이 3.9%로 예측(세계은행)될 정도로 경제가 안정된 점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외신들은 오르반의 승리로 헝가리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헝가리 국영TV는 난민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5년 상황을 계속 방영했고, 시내 전역에는 길게 줄 선 난민 위에 ‘중지(STOP)’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배포되는 등 총선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총선이 유럽 내 극우 바람을 조장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싱크탱크 ‘정치 솔루션’의 안드라스 비로-나지는 “이번 선거는 난민 이슈가 부패, 건강보험 등 다른 이슈를 다 덮을 수 있는 승리 카드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폴란드의 여당 법과정의당은 오르반을 외곽에서 적극 지원했고,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도 난민 수용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영국의 익스프레스는 “헝가리는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비셰그라드 그룹의 다른 국가들과 EU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자신들의 주권을 주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