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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CEO LOUNGE]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 채용비리·지배구조 손볼 ‘금융권 저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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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1966년생/ 서울대 인류학과/ 1994년 참여연대 창립/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 특별보좌관/ 제19대 국회의원(민주통합당 비례대표)/ 2018년 금융감독원장(현)


‘재벌 저격수’ ‘금융권 저승사자’ ‘미스터 쓴소리’.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52)의 별명들이다. 1966년생인 김 원장은 대학 졸업 뒤 참여연대 창립 멤버 등 주로 시민단체에서 사회생활을 했다. 정계 입문은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면서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 야당 간사를 맡았다. 금융계에서 생긴 별명은 주로 이때 왕성한 활동 과정에서 얻었다.

김 원장은 의원 시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법안에 대해서도 강력한 반대 의견을 냈던 인물이다. 개혁 성향에 강성으로 분류되다 보니 정무위 산하 피감 단체에서는 김 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질의 등에 특별히 신경 쓰는 등 의원 시절 숱한 화제를 낳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실 이번 인사를 두고 우려 섞인 시각이 배어나기도 한다. 금감원장에 정치인 출신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김기식 원장에 대해 “권력형 직권남용 의혹 김기식 금감원장은 즉각 물러나라”라고 촉구했다. 정무위 소속 의원 시절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찰을 다녀와 ‘외유성 출장’ 논란을 빚었다. 또 국회의원 임기 만료로 본인이 만든 ‘더미래연구소’에서 지난 3년간 금융업계 관계자 등을 상대로 수백만원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사실로 입길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도 ‘낙하산 인사’ 논란을 우려한다.

모 금융권 인사는 “일부 야당 반발에 일견 수긍한다”며 “김기식 원장이 의원 시절 낙하산 인사를 비판해왔는데 정작 본인도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책특보 역할을 한 후 이번에 임명된 만큼 낙하산 인사인데 이 자리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후안무치’ 인사라는 지적에 공감하는 이가 많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 김 원장을 낙점한 데서 정부의 고심이 보인다는 관전평이 있다.

매경이코노미

▶하나은행 외 제2금융권 채용비리 다룰 듯

삼성생명·전자 지분구조에도 변화 올 듯

금융 소비자 보호 관련 조직 강화 기대감도

우선 최흥식 전임 원장이 하나은행 채용 비리 연루 의혹으로 불명예 사퇴(사표 수리 기준)한 후 20일 만에 전격 후임 인사 임명을 단행한 점이 눈길을 끈다. 그만큼 김 원장이 리더십과 상황 정리 능력이 있다고 봐서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김 원장은 따라서 실추된 명예,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부터 다잡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와 관련 김 원장은 취임식에서 “내가 외부자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식구라는 것, 그렇게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취임식에서 배지를 달았다”며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생각해주기를 바라고 든든한 벗, 방패막이, 조력자가 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회의 진행 방식을 일괄 보고 방식에서 현안에 대한 질의, 토론 형태로 바꿀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할 말은 하는 김 원장 스타일을 오히려 반기는 이들도 있다. 금감원 직원 A씨는 “정부 방침이나 철학에 따라 휘둘리는 경향이 많았는데 필요하면 정부와도 건전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인식도 있어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친정 격인 참여연대도 “지난 이명박정부에서 강행처리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개악이 이뤄진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복원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바 있다. 이처럼 김기식 원장은 모피아 등 관료 출신이나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가 아니며, 금융감독 개혁에 대한 식견과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금융감독원장의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인사라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두둔했다.

김 원장은 금감원이 나아갈 방향으로 금융 소비자 보호 우선, 금융감독·정책의 분리, 금융감독의 일관성, 재벌 기업에 대한 금융감독 강화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더불어 김 원장은 금융권에서는 수수료 기반 수익구조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라 관련 업계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가 은행권 예대마진, 가산금리 체계를 두고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금융 소비자 피해 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 관련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지나친 규제 일변도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긴장하는 또 한 곳은 삼성그룹이다. 김 원장이 공공연히 재벌 기업에 대한 금융감독 강화를 표방하고 나선 데다 의원 시절, 현행 보험업법이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위한 기형적 법률이라며 비판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률은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 보유액이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최대 6조원까지 보유할 수 있다. 김 원장이 의원 시절 문제 삼은 것은 주식 가격 산정 기준. 감독 규정은 주식의 시장 가격이 아닌 취득원가 기준으로 평가하는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8.27%는 취득원가로는 5000억원대다. 그런데 이를 올해 4월 초 기준 240만원으로 놓고 계산해보면 약 26조원으로 50배 이상 훌쩍 뛴다. 김 원장의 논리대로라면 20조원어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때 또 하나 논란거리가 있다. 만약 매각하면 삼성생명의 210만명의 유배당 보험 계약자에게 과연 언제 어떤 형태로 지급할 것인가다.

유배당 보험이란 보험사가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면 보험 계약자들에게 회사 주주처럼 이익을 나눠 받는 상품이다. 1990년대까지 삼성생명이 이를 판매했고 삼성전자 주식을 살 때도 이 돈을 활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김 원장 주도로 개정안이 마련되고 매각 작업이 이뤄지면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물론 개인 계약자의 배당 금액 지급 시점, 금액을 놓고도 적잖은 파장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임 원장 낙마 사건을 빚었던 금융권 채용비리 관련해서는 금융사 경영평가 시 채용 성차별 점검, 제2금융권 확대 등 계속해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금감원 내 현안 조율도 관전 포인트. 그동안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조직 분리 여론도 적잖았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원장은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민하자”고 언급함으로써 소비자 보호 관련 부서 재구성 혹은 분리 방안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더불어 세간의 ‘강성’ 인식에도 신경을 쓰겠다는 입장이다.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일방적인 규제 강화론자로 잘못 알려졌는데, 너무 한쪽 방향으로 몰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시장이 바라는 것은 금감원의 자성과 재도약이라는 점에서 외부 전문가의 기대와 조언도 적잖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은 “금융정책 관련 규제 일변도 우려도 있었으나 핀테크 관련해서는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이해도나 네거티브 규제와 관련해서 말이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민의 금융 문턱을 낮춰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핀테크 산업 장려에도 적극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금융감독원 내부 조직의 혁신, 금융 소비자 보호와 금융 규제 완화라는 투트랙을 균형감 있게 잘 이끌 것, 과거의 금융 적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금융위와의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김 원장 앞에 놓인 과제”라고 덧붙였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3호 (2018.04.11~04.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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