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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개헌안은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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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6·13 지방선거 D-70… 개헌안 협상 성공하면 여권 주도 선거,

실패해도 개헌·호헌파로 나뉘어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듯


한겨레21

청와대는 지난 3월20~22일 세 차례에 걸쳐 개헌안을 발표했다. 개헌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다. 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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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70여 일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70%에 이르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50%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견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0% 지지율에도 닿지 못하는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의 전격적인 결합으로 관심을 모았던 바른미래당의 지지율 역시 애초 기대와 달리 5%대에 머문다. 여당의 압승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호헌철폐 적폐타도”의 구호

여당은 지방선거까지 일정표 두 개를 손에 쥐었다. 개헌과 남북·북-미 정상회담이다. 특히 대통령발 개헌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태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3월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개헌은 독재정권으로의 회귀”라고 규정짓고, “지방선거용 관제개헌 음모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회주의 개헌 음모 분쇄 투쟁에 전 국민과 함께 장외로 갈 것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천명한다”고 적었다. ‘독재’ ‘관제개헌’ ‘사회주의’ 등 극단적 언사는 자유한국당이 느끼는 절박한 위기감을 방증한다. 지지층에게 애타는 호소를 보내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대로 개헌 논의에 발을 담그면 지방선거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주도권을 뺏길 공산이 크다.

그러나 현재 자유한국당이 취할 수 있는 똑 부러진 대응책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홍 대표가 언급한 장외투쟁도 현실화되기 어렵다. ‘박근혜’ ‘이명박’이라는 상징적 구심이 없는 상황에서 각자도생하려는 의원을 다잡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여론 지형도 자유한국당에 불리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3월27~29일 전국 1004명을 조사해 3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좋게 본다’는 의견이 55%로 절반을 넘어섰다. ‘좋지 않게 본다’는 의견은 24%에 그쳤다. 개헌 시기도 ‘지방선거와 동시 투표’가 47%, ‘지방선거 이후 올해’가 24%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교통방송(tbs)의 의뢰로 3월28일 실시한 여론조사(성인 500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결과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 찬성 여론이 지난주 대비 4.7%포인트 늘어난 64.3%로 나타났다. 반대 여론은 오히려 1.1%포인트 내린 27.6%였다.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엇갈렸던 대구·경북과 60대 이상 보수층에서 지난 조사보다 찬성 응답이 오히려 더 올라갔다.

자유한국당은 홍 대표와 중진의원들이 갈등하는 모습까지 노출하고 있다. 5선의 이주영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유기준·정우택(4선) 의원은 3월29일 홍준표 리더십을 강하게 성토했다. 자유한국당이 여권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도 같은 날 정세균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3당의 원내대표 회동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권력구조 개편 △선거제도 개편 △권력기관 개혁 △국민투표 시기 등 개헌과 관련된 쟁점 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협상은 문도 닫기 전부터 달리는 버스처럼 위태롭게 진행되고 있다.

인권조례 폐지 주도하는 한국당

국회로 공이 넘어간 개헌안 협상은 6월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문 대통령과 여당 입장에선 손해 볼 것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개헌 협상에 성공하면 여권이 주도하는 개헌안으로 지방선거를 맞을 수 있고, 협상에 실패해도 개헌파와 호헌파로 나뉘어 선거전에 임해 불리할 것 없다는 견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호헌철폐 적폐타도’ 구호는 1987년 ‘호헌철폐 독재타도’의 2018년 버전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6월 개헌을 위한 데드라인은 5월24일(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이다.

또 하나의 초대형 이슈는 4월27일로 확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5월까지로 예고된 북-미 정상회담이다. 8년 전 2010년 지방선거 때는 선거가 치러지기 3개월 전에 천안함 사건이 터졌지만,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7곳에서 승리하며 판정승을 거뒀다. 안보 이슈가 있을 때 보수가 이익을 본다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회담이 진행됐지만,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진보 진영이 패배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도 여권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외교 잘함’이 20%,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9%로 꼽혔다. 부정평가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15%, ‘대북관계/친북 성향’이 12%가 나왔다. 북한 이슈는 여권에 긍정·부정 양면이 있다는 사실이 쉽게 드러난다.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때 큰 성과가 없을 경우 북한 문제가 거꾸로 여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후보자 선택 기준에 개헌과 남북 정상회담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한겨레 21>이 지난 1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와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의 관심은 의외의 곳에 쏠려 있었다.

글로벌리서치는 1월23~25일 전국 19~59살 성인 남녀 2천 명에게 ‘한-미 동맹’ 등 정치·외교 분야, 복지·여성 등 사회 분야 등을 망라하는 14가지 주제를 선정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음 각 주장에 대해 정당이나 후보가 찬성하거나 반대하는지의 입장이 귀하의 투표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 ‘매우 영향이 크다’는 1점, ‘영향이 있는 편이다’는 2점, ‘영향이 없는 편이다’는 3점, ‘전혀 영향이 없다’는 4점으로 나눴다.

14가지 주제 가운데 눈에 띄는 결과가 관찰된 것은 성소수자 항목이었다. ‘성소수자 방송 출연 제한’에 대해 자신을 진보로 규정한 이는 2.38, 보수는 2.46의 점수를 매겼다. 이에 비해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한-미 관계는 진보와 보수가 각각 2.69, 2.8의 점수를 매겼고. 북핵 해결을 위한 북한과의 협력 문제 또한 각각 2.934, 2.77이었다. 유권자들은 한-미 관계나 북핵 문제보다 동성애 문제가 선거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느끼는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본능적으로 알아챈 것일까. 지난 2월 충남도 인권조례 폐기를 전후로 충남 아산·공주·계룡시 등에서 인권조례 폐기 움직임이 있었고, 같은 달 부산 해운대구에선 인권조례에서 ‘차별받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자유한국당은 공식적으로 지방선거 전략에 인권조례 폐지가 포함됐다고 말하진 않지만, 각 지역에서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이다.

천안함 넘어선 무상급식 이슈

민생 이슈 또한 여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전남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밝힌 GM에 이어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문제도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GM은 4월 말까지 본사 만기 채무와 협력업체 지급금 등 2조원 넘는 거액을 마련해야 한다. 금호타이어의 사정은 더 다급하다. 현재대로라면 법정관리는 곧 청산 절차를 의미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역 자영업자를 포함해 3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간다.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었다. 생각해보면, 2010년 천안함 사건 뒤 불거진 안보 이슈를 넘어선 것도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민생 이슈였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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