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담보 잡힌 부동산만 850억…타이어뱅크, 금호타이어 인수 '역부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27일 오전 대전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전국에 4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는 지난 1991년 설립, 2016년 기준 매출액 3700억원, 영업이익 660억 원을 기록했다.김성태/2018.03.27.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타이어, 신발보다 싼 곳'이란 슬로건으로 유명한 타이어뱅크에 과연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돈이 있을까.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법원 주도 기업회생절차)가 임박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인수 의사를 밝힌 중견 타이어 판매업체 타이어뱅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27일 간담회에서 "전국에 판매망을 갖춰 금호타이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KDB산업은행은 타이어뱅크의 인수 능력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타이어뱅크가 지난해 4월 공시한 2016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총자산은 3640억원이다. 금호타이어 인수 금액이 6500여억원이란 점에서 회사가 가진 모든 자산을 기존 타이어 판매 사업에 한 푼도 쓰지 않고 인수 금액으로 투입해도 2860여억원이 모자란다. 특히 총자산의 60%가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로 이뤄져 있는 데다, 동원할 수 있는 현금 유동성도 넉넉하지 않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는 1925억원이지만, 같은 기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1090억원에 불과하다. 만기 전에 현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단기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보유 현금이 모자라더라도 토지나 건물 등 유형자산이 많다면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 이 회사는 1905억원의 전체 유형자산 중 850억원이 은행과 타이어 제조사 등에 이미 담보로 잡혀 있다. 채권자들이 타이어뱅크에 빌려준 대출금이나 넥센·미쉐린타이어 등이 타이어를 공급하고 받아야 할 외상 대금(매출채권)이 떼이지 않기 위해 건물과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놓은 것이다. 타이어뱅크가 인수 대상으로 밝힌 금호타이어도 20억원 규모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물론 타이어뱅크는 지난 2015년 영업이익률이 15.1%, 2016년 17.8%를 기록한 데다,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 등 수익성 지표는 양호하다. 버는 돈으로 단기차입금 등을 갚을 여력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타이어뱅크가 그보다 덩치가 큰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버거운 상태라는 평가가 많다. 이달 30일 2조원가량의 차입금 만기 시점을 고려하면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 인수를 위해서는 인수자에 대한 2~3개월간의 실질 심사를 거치게 되는데, 차입금 만기는 한 주도 채 남지 않았다"며 "채권단이 다시 차입금 만기 연장을 의결하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타이어뱅크가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다른 기업과 연대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은 있다. 김 회장도 이날 대전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기업 2곳과 금호타이어 공동 인수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이들 기업은 타이어뱅크가 한국 공장을 맡아준다면 금호타이어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방법도 타이어뱅크 경영진이 컨소시엄을 이끌 사회적 신뢰와 리더십이 있을 때 가능하지만, 김 회장은 현재 탈세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 등으로 김 회장 등 임직원 6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향후 재판부의 유·무죄 판결 여부에 따라 '경영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인수합병(M&A) 전문가는 "현재 금호타이어 내부에 알려지지 않은 부실이 많은 상태에서 다른 기업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게다가 탈세 혐의를 받는 기업 경영자와는 더욱 공동 투자를 결정하긴 어렵다"고 귀띔했다.

한편 산은은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금호타이어 노조가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반대할 경우 법정관리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6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30일이 마지막 시한이기 때문에 (노조와의 면담 등) 최후의 시도를 한 것"이라며 "이 시한이 지나면 상장폐지·법정관리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