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크게 변함이 없지만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조국 수석이 3일 연속 청와대 춘추관에 나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브리핑하는 것을 본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개헌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조국 수석의 설득력 있는 브리핑이 인상적이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닌 게, 현 정권을 곱게 보지 않는 보수 신문의 대표적인 논객조차도 ‘내 눈에는 그럴 듯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긍정평가가 64%(리얼미터 조사)가 나온 데는 조국 수석의 브리핑도 한몫했다고 나는 본다. 대통령 지지율이 70%가 넘게 나올 때도 개별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최소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지만 대통령 개헌안은 논쟁이 될 만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음에도 대통령 지지율과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등은 조국 수석이 개헌안을 브리핑한 것을 두고 법무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청와대 일개 비서’가 했다고 폄훼하지만 ‘일개 비서’에 맞설 만한 현역 의원 한 명 없는 게 제1 야당의 현실이다. 민정수석이 TV로 생중계되는 카메라 앞에서 개헌의 당위성을 이야기했으니 야당에서는 종편이라도 나가 그 부당성을 설득력 있게 알려야 하지만 종편에 내보낼 대표선수 한 명 고르기가 쉽지 않다.
논리로 안 되니 할 수 있는 것은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말이다. 한쪽에서는 정연한 논리로 필요성을 이야기하는데 반대편에서는 막말로 대응을 하니 상대가 될 리가 만무하다. 이것도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긍정 평가가 높게 나온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대통령이 26일 개헌 발의를 했으니 조국 수석 표현대로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다.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개헌안을 도출하면 대통령 개헌안은 철회하겠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지만 여야 합의 개헌안이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결국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하게 될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116석을 가진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다.
국민의 64%가 지지하는 개헌안이 부결됐을 때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 지가 관전 포인트다. 여당에서는 2004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뜻에 반해 대통령을 탄핵시켰을 때와 비슷한 민심의 후폭풍을 기대하고 있다. 야당은 지금의 행정 비효율을 초래하는 걸 막을 수 있었던 ‘세종시 수정법안’을 국회에서 무산시키고도 큰 탈 없이 지나갔던 일을 떠올릴 것이다. 이번에는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정치부 차장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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