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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산으로 간 금호타이어…정치권, 노조 누가 책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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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개입과 대안없는 노조의 해외매각 반대

실체 없는 국내기업 인수說에 '벼랑 끝 금호타이어'

뉴스1

24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철회 1차 범시도민대회서 참가자들이 금남로 일원을 행진하고 있다(뉴스1DB)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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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정재민 기자 = 정치권 개입과 대안 없는 노조의 해외매각 반대로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작업이 산으로 가고 있다. 채권단의 자율협약 중단 데드라인이 4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노조는 정치권 입을 빌려 국내기업 인수가 가능하다며 경영정상화 계획 및 해외매각 동의를 거부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국내기업 중 투자제안을 전달한 곳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거론된 기업들은 일제히 인수 가능성을 부인했다. 타이어뱅크 한 곳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자금력을 감안하면 단독 인수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노조 내부에서 더블스타 투자를 허용해 법정관리는 막자는 목소리가 감지되자 이를 희석시키고자 국내기업 인수설을 노조 집행부가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새 인수주체 누군지 모르겠다"

26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새 인수주체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늦은 시점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나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노조가 지난 23일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을 만나 투자제안을 수용했는데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고 꼬집었다.

물리적인 시간을 감안했을 때 해외매각 동의 여부를 놓고 조합원 투표가 진행돼야하는데 노조가 확인되지 않은 국내기업 인수제안 카드를 뒤늦게 꺼내들며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30일 자율협약 기일 안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못 박았다.

반면 노조는 채권단 및 더블스타와 자본유치를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비공개 면담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해당 자리에서 더블스타의 투자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 현대차, 하림 등 모두 부인…타이어뱅크 인수? "실현 가능성 낮아"

이동걸 회장은 노조의 입장변화 배경으로 국내기업의 인수설을 지목했다. 해외매각 외에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노조 내부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됐으나 국내기업 중 인수를 희망하는 곳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노조가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노조 말처럼 국내기업이 더블스타와 동일한 조건으로 인수를 추진하면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를 둘러싼 이견이 봉합될 수는 있다.

문제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의 실체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노조는 유력 정치인의 입을 빌려 금호타이어 인수를 타진하는 국내기업이 있다고 밝혔다. 거론된 시나리오는 호반건설과 하림 컨소시엄,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타이어뱅크 등의 금호타이어 인수참여다.

호반건설과 하림, 현대자동차는 모두 인수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타이어뱅크가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 회사 자금여력은 크지 않다.

타이어 유통사인 이 기업의 매출규모는 2016년 기준 3700억원 정도로 현금성 자산은 190여억원에 불과하다. 더블스타처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6463억원이 필요한데 6000억원 이상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채권단이 제시한 30일까지 자금조달 계획을 세우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회사는 2016년 9월 금호타이어의 첫 매각공고가 나왔을 때도 일부 인수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자금여력이 부족한 타이어뱅크는 당시 금호타이어 유통망인 타이어프로 인수만 제안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의 인수를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매각주체인 채권단(지분율 42%)에 인수를 제안한 기업이 없다는 점에도 의문이 남는다. 타이어뱅크의 인수추진 등 노조측에서 다양한 설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체는 없는 상황이다.

◇ 정치논리에 산으로 가는 금호타이어 매각, 노조도 혼란 부추겨

이 같은 혼란은 경제가 아닌 정치논리, 즉 금호타이어 매각에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더욱 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력 정치인 입을 빌린 국내기업 인수 제안설이 급속히 퍼지면서 노조의 해외매각 반대 기조가 더 강해졌다.

정치권 개입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관리종목 꼬리표를 떼긴 했지만 대우조선 회생에만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표밭을 지키려는 연고 정치인들의 입김 덕에 가까스로 연명에 성공했으나 금호타이어 10곳을 인수할 수 있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이탈을 우려한 현지 정치인들 개입이 계속되면 자력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금호타이어에 혈세를 투입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의 골든타임도 놓칠 우려가 있다.

노조 내부에서의 의견차이도 혼란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 절차를 밟으면 청산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에 노조 내부에서도 더블스타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감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파업과 함께 노조 집행부가 검증되지 않은 국내기업 제안설을 언급한 것은 내부 이견을 억누르고 투쟁기조를 한층 더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여유자금이 없어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현 가능성이 낮은데다 채권단과 협의도 안 된 국내기업 인수제안설을 노조가 내놓으며 금호타이어는 파국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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