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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말 바꾼 산은 "금호타이어 노조와 비밀 구두합의 있었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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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상보)이동걸 산은 회장, 23일에 노조 못 만나다더니 이제 와서 만나서 합의했다 주장]

머니투데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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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은 26일 금호타이어 노조가 중국 더블스타의 자본투자를 수용하기로 구두 합의한 후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가) 직원 다수의 의사를 반영하는지 의문"이라며 전직원 대상으로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대해 찬반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구두 합의한 적이 없으며 전직원 투표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산은 "23일 더블스타 수용 구두합의…노조 이행 안해"=산은에 따르면 이 회장과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지난 23일 오전 광주를 방문해 노조 대표단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노조의 더블스타 자본유치 수용 △경영정상화 및 장기 발전방안 수립 등을 위한 미래위원회 공동구성 △자구계획 합의 등의 내용을 담은 '노조·회사·노사정위원회·채권단(산은)' 공동선언문을 26~27일 발표하고 노조원 설명 후 29~30일 전체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당시 면담에 대해 "오전 9시30분쯤부터 4시간 동안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며 "노조는 경영정상화 이후 임금조건, 장기적인 회사의 미래 등에 의심을 가졌고 '공동체협의체를 만들어 함께 관리하자'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회의 도중 차이 회장도 40분쯤 지도부와 면담했다"고 설명했다.

◇산은 "노조 요청에 합의 공개 안한 것"=앞서 산은은 이 회장과 차이 회장이 광주 공장을 방문해 노조와 면담을 추진했지만 노조의 거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당시 거짓말을 한데 대해 이 회장은 "노조측에서 24일로 예정된 해외매각 반대집회를 취소할 수 없다며 발표를 미뤄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며 "이미 큰 틀의 합의를 이룬 만큼 노조 의견을 존중해 비공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합의 내용을 밝히지 않은데서 더 나아가 만나지 않았다고 거짓말까지 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4일 집회에서 노조가 국내 업체로의 인수 가능성을 언급한데다 노조가 구두 합의대로 공동선언문을 작성하는데 협조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합의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공동선언문 초안을 노조에 송부하고 자정까지 최종 의견을 요청했지만 노조는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노조의 무조건적인 더블스타 자본유치 반대 입장이 전체 구성원의 의지인지 확인하기 위해 전체 직원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실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산은은 더블스타 투자유치시 금호타이어 임직원에 대한 동기 부여와 노사 상생발전 방안으로 금호타이어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방안도 노조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더블스타 자본유치시 우리사주조합 또는 개별 임직원 앞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금호타이어가 자사주를 취득한 후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할 예정이라는 점을 노조 대표와 비공개 면담에서 설명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노조, "구두 합의 없었다"…전직원 투표도 거부=금호타이어 노조는 산은이 주장하는 구두 합의 자체를 부인하고 전직원 대상의 찬반 투표 제안도 거부했다.

산은이 제안한 금호타이어 전직원 대상의 찬반 투표는 노조가 거부할 경우 실효성이 없다. 노조 동의 없이 금호타이어 사측이 찬반 투표를 강행한다 해도 '투표의 효력' 등을 두고 법적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 이 회장도 "노조가 정식으로 찬반 투표를 부의할 권한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금호타이어 내부에선 찬반 투표를 실시하면 더블스타 투자유치 찬성이 과반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호타이어 전체 임직원 5000여명 중 1500여명에 해당하는 일반직원은 이미 찬성 입장을 공개 표명했고 '반대' 의견을 주도하는 현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9월 노조위원장 선거 당시 득표율이 51.7%에 그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집행부를 반대하는 세력과 일반직원의 숫자를 더하면 찬성 의견이 과반 이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은, '제3자' 투자유치설 '일축'…"법정관리시 청산 가능성 높아"=산은은 더블스타 외 제3자로부터 투자유치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이 회장은 "노 측에 '3자 인수'를 확인해 준 유력 정치인이 누군지, 어떤 뜻으로 (3자 유치를) 얘기했는지 확인하도록 하겠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얘기되는 것에 발목을 잡힐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제3자' 후보로 유력 거론됐던 호반건설은 "금호타이어 인수는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노조에 최종 시한으로 제한했던 오는 30일까지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 등 파국이 불가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법정관리 경우의 시나리오'를 묻는 질문에 이 회장은 "법원이 결정할 사항이기 때문에 산은이 관련 계획을 짤 이유가 없다"며 "현재 금호타이어의 사정을 감안하면 회생보다는 청산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항간에서 거론되는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래소에서 결정할 사항이지만 막대한 국내 투자자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휘 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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