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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정부개헌안 5대쟁점] 권력구조, 공개념, 소환제…강대강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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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세계] 여야간 첨예 대립 주요 이슈

세계일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1일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라도 국회가 논의를 시작해 합의한다면 개헌의 호기인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기회가 남아 있다.”

지난 22일, 청와대 춘추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정부 개헌안 브리핑 마지막 날 이같이 말하고 “이제 국회의 시간”이라며 개헌의 공을 국회로 넘겼다.

반면 개헌 저지선(국회의원 3분의 1·현재 293석 기준 98석)을 넘어 116석을 확보한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의원 제명까지 거론하며 개헌안 논의를 막아선 상태다.

‘1987년 체제’ 이후 31년 만에 개헌 기회가 찾아왔지만 여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히 6·13 지방선거를 겨냥해 각 당이 저마다의 선거공학적 논리를 개헌과 결부시키면서 계산은 더욱 복잡해졌다.

국회는 지난해 1월초 여야 의원 36명으로 구성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출범시켰지만 1년3개월이 다 되도록 초안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합의만 바라보며 기다릴 사항이 아니다”며 26일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기까지 이르렀다.

현재 국회 합의는 난망한 상황이다. 대통령 개헌안에서 여야가 충돌하고 있는 ‘5대 핵심 쟁점’을 짚어봤다.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기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①개헌 성패 달린 권력구조 개편

여야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청와대 개헌 브리핑의 하이라이트 또한 지난 22일 발표한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였다. 조 수석은 브리핑에서 5년 단임제보다 4년 연임제를 선호하는 국민 여론이 훨씬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4년 연임제를 채택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야당은 4년 연임제가 오히려 이번 개헌의 발단이 된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심화하는 방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야권은 대통령 권력 분산의 일환으로 대통령이 국회에 국무총리 선출·추천권을 넘길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조 수석은 “대통령과 총리가 정당을 달리할 경우 이중권력 상태가 계속돼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통령 개헌안 초안을 마련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에선 “시민들이 국회에 대한 불신 때문에 총리 선출안에 대해서는 좀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이런 단호함이 최종적으로 개헌을 이뤄내는 데에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25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헌은 타협의 산물이다. 아무리 지금 야당이 지지도가 낮다 해도 그들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총리 선출권을 넘기지 못하는 이유로 ‘국회 불신’을 말하는 것은 진정으로 협상할 마음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득 대상인 국회를 깎아내리는 동시에 개헌안 의결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②토지공개념 둘러싼 이념 공방

이번 개헌안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을 예고하는 대목 중 하나는 ‘토지공개념’이다.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의 소유나 처분을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이미 현행 헌법에 녹아있는 개념이지만 관련 조항을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해당 개념이 도입된 1989년 노태우 정권 이후 끊이지 않았던 위헌 시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같은 개헌안이 통과될 경우 토지 개발에 대한 이익 환수나 부동산 소득 과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토지공개념 명시 발표 직후 “(문재인) 정권의 방향이 사회주의에 맞추어져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충격적인 내용” “자유시장경제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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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반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한국당을 향해 “반지성적·반이성적 세력”이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토기공개념 조문화와 관련해선 일반 시민들과 기업, 건설업계 등도 다양한 처지와 입장에서 찬반을 표명하고 있어 개헌안과 관련한 최대 경제 화두로 부상할 조짐이다. 특히 사회주의 정책론이 불거지면서 자칫 이념 공방으로 흐를 우려도 제기된다.

③국민발안·국민소환제 놓고 “직접민주주의”vs“촛불 포퓰리즘”

직접민주주의 실천을 목적으로 신설된 국민발안제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해서도 여야는 격렬하게 충돌한다.

조 수석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직접민주제 대폭 확대를 통해 대의제를 보완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며 개헌안에 두 제도를 명시하고, 국민 발안 및 소환에 몇 명이 동의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 요건은 국회가 법률로 정하는 방침을 밝혔다. 인터넷 등의 발달로 직접민주주의 실현의 폭이 넓어진 상황에서 정치 참여에 대한 국민 요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를 헌법에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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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하지만 한국당은 이를 “촛불 포퓰리즘 정치”라고 규정하며 “대의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 원칙에 크게 어긋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발안·국민소환제는 시민사회단체나 온라인 상에서도 진영, 정치 성향 등에 따라 크게 맞부딪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 진보시민단체 관계자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직접민주주의를 점점 늘려가는 추세”라고 소개하며 찬성을 표한 반면, 보수시민단체 관계자는 “그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결국 포퓰리즘으로 이어져 국력의 쇠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④5·18운동 적시…한국당 “누더기 헌법 전문”

헌법 전문에 세 가지 민주화 운동의 이념이 추가로 적시된 것 또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청와대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짐은 물론 법적 제도적 공인이 이뤄진 4·19혁명과 함께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끌어낸 ‘촛불 시민혁명’에 대해서는 “현재에도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포함하지 않았다.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진보 정당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의 홍 대표는 “이건 누더기다, 누더기”라며 “헌법 전문에 온갖 사건을 다 넣어서 먹칠하려는 시도”라고 맹공했다. 범보수권으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도 “개헌안 내용에 대해 일절 평가하지 않겠다”면서도 “헌법 전문의 경우 현행대로 가급적 최소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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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부 개헌안 발의 관련 긴급간답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스1


⑤정당별 이해 갈리는 선거제도 개혁

청와대는 지난 22일 대통령 개헌안에 선거 연령을 18세로 하향, 선거 비례성 원칙 등을 명시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특히 군소정당이 국회 내 의석수를 늘릴 기회인 선거 비례성 원칙은 대통령 개헌안에 ‘공동 반대 전선’을 형성한 야 4당에 또 다른 연대 지형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의원 선거 비례성 원칙’은 총선에서 정당득표와 의석비율이 일치하지 않았던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방침이다. 20대 총선 당시 여당과 새누리당(현재 자유한국당)의 합산득표율이 약 65%였지만 의석 점유율은 80%를 넘은 반면, 당시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합산득표율은 약 28%였음에도 의석 점유율이 15%를 밑돈 사례가 대표적이다. 헌법에 선거 비례성 원칙이 명시될 경우 향후 선거법 개정에서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을 맞추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여권이 야권의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에 보내는 러브콜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한국당 등 거대 양당 사이에서 생존을 고민하는 군소정당에게 선거제도 개혁을 고리로 개헌안 합의를 추진할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민주당을 제외한 ‘야 4당 개헌 합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국민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의 반대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이는 개헌안의 여타 조항은 어느 정도 양보하더라도 ‘분권 대통령-책임총리’ 개헌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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