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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뉴스+] 국회의 탄핵투표와 개헌투표,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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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대통령 탄핵소추안(탄핵안)과 대통령 헌법개정안(개헌안)은 모두 국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두 안건 모두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된다. 언뜻 비슷해보이지만,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사뭇 다른 탄핵투표와 개헌투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자.

◆깐깐한 조건과 최종 판단은 별개 문제

탄핵안과 개헌안의 국회 처리 과정은 유사한 점이 많다. 두 사안 모두 국정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평소보다 훨씬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에서 일반 법률안과 결의안, 조약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안건은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재석 과 반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반면 탄핵안과 개헌안의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수다. 두 안건은 모두 발동 기준과 까다로운 처리 조건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탄핵안과 개헌안 모두 국회가 표결권을 행사하긴 하지만, 국회 표결이 곧 최종 결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삼권분립의 원칙이 작용한 결과다. 탄핵안은 국회의 가결을 거친 뒤 헌법재판소가 최종 심판을 담당한다. 개헌안의 경우에는 국회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반드시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서 과반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만 개헌이 성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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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과 달리 개헌안은 기명투표

탄핵안과 개헌안 국회 표결과정에서 눈에 띄는 차이점은 기명투표 여부다. 국회 표결은 투표자인 국회의원이 찬성, 반대, 무효, 기권 중 어느 쪽을 선택했느냐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원이 국민의 의사를 대신 표현한 것이란 취지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사공개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인사에 관한 문제나 국회 내부 선거와 관련된 안건은 무기명투표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 박탈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안도 무기명투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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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들이 2016년 12월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12월9일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투표에 참여해 234명이 찬성 표결했고, 반대는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이었다. 개별적으로 찬반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투표용지 ‘인증샷’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탈표를 막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투표용지를 찍어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던 것인데 결국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개헌안 표결 풍경은 탄핵안 처리 당시와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명투표로 진행되는 개헌안 표결은 투표용지의 기명란에 성명을 적고, 가부(可否)란에 찬성 또는 반대 등을 기재하는 방식이다. 1987년 10월 12일 9차 개헌 표결 당시에도 국회는 기명투표를 했다. 재적 의원 272명 가운데 258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254명이 찬성, 4명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당시 투표에 참여한 의원의 이름과 찬반 의사는 속기록과 언론보도 등을 통해 헌정사에 기록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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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표결이 가결된 2016년 12월 9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즉각 하야 촉구 촛불 집회`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국회 표심은 민심 반영

2016년 당시 대통령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원동력은 국민 여론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가결 저지선을 훌쩍 넘는 116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탄핵을 막지 못했다.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여론이 80% 안팎을 유지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새누리당은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 방침을 정했다.

개헌안 기명투표는 한층 더 여론의 눈치보기 결과가 반영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대통령 주도 개헌안에 반대하고 있음에도 여권이 개헌 성사 가능성을 반반으로 내다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면, 대통령 개헌안을 선뜻 부결시키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국회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해 처리하는 쪽으로 압박을 받게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과거 탄핵 찬성여론(80%대)이 압도적인 국민 지지를 받았던 것과 달리,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지지도는 6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개헌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야당이 당론을 바꿔 개헌안 표결에 나설 이유도 사라진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개헌투표를 진행하면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가면 제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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