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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농협손·생보 뒤늦은 해외시장 진출…김용환 회장 승부수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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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2년 농협공제에서 분리되어 보험시장에 진입한 '후발주자' 농협보험도 최근 이에 가세했다.

다만 당국 규제라는 높은 파고와 장기전략을 통한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기존에 진출해 있던 대형사도 경쟁력을 얻기가 어려운 상황. 현지 파트너 전략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 의사를 타진한 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의 전략이 통할 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농협손해보험과 농협생명의 중국 및 동남아 시장 신규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현지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농협보험은 현지 파트너가 가진 대규모 캡티브 시장과 폭 넓은 채널을 통해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메트로신문사

김용환 NH금융지주 회장./손진영 기자


◆ 농협보험, 해외진출 시동

농협보험은 그간 국내 보험시장 연착륙과 경영 안정화에 주력하며 짧은 기간 업계 순위권에 안착했다. 특히 농협생명의 경우 자산규모만 64조원에 달하는 등 삼성·한화·교보 등 대형사에 이은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농협보험은 분리 이후 이처럼 국내 시장에 집중하면서 그간 해외시장 진출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실제 농협보험은 현재 해외점포가 전무(全無)한 상황이다. 다만 국내 보험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규제도 강화되면서 농협보험도 더 이상 국내 시장에만 주력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룹 내 은행과 증권이 진출한 해외시장에 보험이 동반진출하여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은 우선 세계 2위 보험시장인 중국에 생·손보 모두 진출키로 했다. 농협금융의 중국 내 전략적 파트너인 공소그룹의 보험사 설립에 외국 주주로 생·손보가 각각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공소그룹은 내년까지 자본금 15억 위안 규모의 손보사를 신설할 예정으로 농협손보는 중국 보험법규상의 허용기준인 20% 이내에서 주주로 참여하게 된다. 공소그룹의 생보업 진출에 있어선 농협생명이 단기적으론 중국 내 사무소 설치, 중기적으론 공소그룹 생보사 주주참여 등 방법으로 중국시장 진출에 나선다.

또한 베트남·미얀마 등 동남아 시장 진출도 논의 중에 있다. 농협손보는 현재 베트남 대형 국유은행 산하 손보사와 조인트벤처(JV)를 협의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김용환 회장은 베트남 최대은행인 아그리뱅크 회장과 면담을 갖고 보험부문 제휴 의사를 타진했다. 이에 따라 아그리뱅크 산하 손보사와 JV를 포함한 다각적 사업협력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같은 달에는 미얀마 HTOO그룹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내달 초 그룹 회장단이 농협금융을 방문,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 中 당국 규제 등 진입장벽 뚫어야

업계 일부에선 농협금융의 이 같은 방침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미 중국에 국내 보험사가 진출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현지 당국의 규제로 인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처음으로 중국 현지 영업에 나선 삼성생명은 그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실제 최근 5년간 삼성생명의 중국 법인은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156억원, 2013년 -154억원, 2014년 -119억원, 2015년 -259억원, 2016년 -321억원을 나타냈다.

진출 당시 중국항공과 합작으로 중항삼성인수보험을 설립한 삼성생명은 설계사 채널을 통한 국내 영업방식에 나섰으나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현지화 전략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법인에서 어려움을 겪던 삼성생명은 지난 2015년 중국은행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중항삼성 당시 지분 50%를 중국은행에 내주고 중은삼성으로 회사명을 변경, 지분 25%를 가지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같은 기간 수 십 억원대의 흑자를 매년 기록했지만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흑자 기록을 갖고 중국 진출에 성공했다고 말하기엔 부족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국 금융시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당국의 규제에 의한 제약이 많다"며 "중국 기업과 비교해 자본력도 약해 중국 진출에 나선 보험사들이 현지 영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등 이미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보험사들은 현지화 전략으로 일부 흑자를 유지하며 시장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설립 초기 적자를 면치 못했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출 의사를 타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적 확대에 나선 대형사들이 잇달아 동남아 시장에 진출, 지난해의 경우 흑자행진을 이어갔지만 설립 초기 적자난을 이기지 못한 것을 볼 때 10년 이상의 장기전략으로 시장 진출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봉준 기자 bj35sea@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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