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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강성노조의 그늘 1부-③] 노조에 시달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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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KB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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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 서울 을지로 신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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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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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전경/연합뉴스


#. 제갈량의 후계자로 더 잘 알려진 삼국시대 '강유'. 강유는 촉나라가 믿는 단 하나의 기둥이었다. 그의 능력, 의리, 충성심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한결같다. 하지만 그가 일으킨 아홉 번의 북벌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국력이 위나라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촉나라의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것부터, 공명을 높이려는 마음에 백성들의 원망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평까지 있다. 결국 북벌은 번번이 실패했고 결국 촉은 사마소의 위나라에 항복했다.

금융권 노동조합의 행태를 두고 삼국지 '강유'와 닮은꼴이란 지적이 나온다. 은행의 주인은 노조가 아니다. 수 천만 명이 넘는 고객이다. 국내 은행들이 위기를 딛고 오랜 기간 버텨 온 것도 이들 때문이다, 하지만 '강유 처럼' 수 천만 고객의 목소리(새로운 상품 강화, 비은행부문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 등)는 외면한 채 'CEO 흔들기, 주도권 잡기'에 나서며 '정치 노조'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많다. 주변에선 '관치(官治)가 잠잠해지고, 노치(勞治)가 고개를 든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들린다.

◆'노치(勞治)'에 바람 잘 날 없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노치(勞治)'에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2014년 KB금융의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불거졌던 'KB사태' 때에도 고객들은 KB금융을 지지했다.

하지만 최근 '윤종규 회장 때리기'는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윤 회장은 지난해 KB금융을 순이익 3조 클럽이란 반열에 올려놨다. 2009년, 신한에 왕좌를 빼앗긴 지 9년여 만이다. 은행권의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된 비은행부문 순익 비중도 지난해 33.88%까지 올려놨다. 이런 실적이 가능했던 것은 윤 회장의 전략이 주요했다는 평가다.

현대증권(현 KB증권)과 LIG손해보험(현 KB손보)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사업을 다각화했고, 인수합병(M&A)시장에서 능력까지 검증받았다.

시장에서는 KB노조의 지나친 경영간섭과 CEO 흠집 내기를 우려한다. 다른 기업들의 정치 노조를 답습하다간 결국 화살은 고객이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KB금융 노조는 오는 23일 주주총회에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를 '노동이사(근로자 추천 이사)'후보로 추천키로 했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는 노조나 근로자가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제도다. 시장에서는 노조의 경영 개입이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경영 리스크'로 떠오를 것이란 우려가 크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 2008년 하나은행장, 2012년 하나금융 회장 등 그룹 내에서만 9년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있었다. 그는 올해 연임 성공으로 15년간 하나금융 내에서 CEO를 맡게 됐다.

윤종남 회추위원장은 "김 회장이 급변하는 금융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미래성장기반 확보, 그룹 시너지 창출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돼 회추위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며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유독 하나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김 회장에 딴죽걸기를 한다. 노조는 각종 비리의혹과 관련 김정태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아직 최종 판결도 나지 않은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 특혜 승진 의혹,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 창조경제 1호 아이카이스트(i-KAIST) 부실대출 의혹을 문제 삼아 김 회장을 끌어 내리려 하고 있는 것.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은 금감원이 "특혜대출로 볼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노치(勞治)의 폐해는 적잖은 사례가 말해 준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노조가 강성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현대차 그룹은 벌써 걱정이 앞선다.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여파로 실적은 뚝 떨어졌다. 매년 어김없이 반복되는 노조 파업이라는 변수는 현대차그룹에 가장 큰 부담이다. 회사가 노조에 끌려다니는 사이 현대·기아차의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5.2%로 국내 5개 완성차 제조사 중 가장 높다. 기아차도 10.3%에 달한다. 도요타(8%)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생산성이 좋을리 없다. 세계 자동차 공장 생산성 지표를 조사하는 하버리포트에 따르면 현대차 국내 공장이 자동차 1대 생산에 소요한 시간은 26.8시간에 달한다. GM(23.4시간), 포드(21.3시간)보다 길다.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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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합의가 불발됨에 따라 향후 채권단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금호타이어는 노조의 매각 반대로 벼랑끝에 내몰렸다. 금호타이어는 최근 3년간 순손실이 1940억원이고, 산은 등 금융회사에 2조40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 기간 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13%에 달했다.

◆ 노치에 끌려다니며 무색무취한 경영도

'노치'는 인수합병(M&A)도 발목을 잡는다.

부실의 대명사로 낙인 찍힌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아니었다면 한화그룹에 매각돼 정상화 과정을 밝았을 것이란 평가가 있다. 한화케미칼은 최근 9년에 걸친 법정 소송 끝에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포기로 물어야 했던 이행보증금 3150억원 중 1260억원을 돌려받았다. 9년간 이자까지 합해 한화가 받는 돈은 1951억원이다.

한화는 소송과정에서 "노조의 반대와 산업은행의 비협조로 재무 상태를 확인하는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이행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밝혀 노조를 가장 큰 장애로 봤던 것. 한화에는 다행이었던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CEO가 공식 취임하기도 전에 반대하고, 점거 농성을 하는 것은 일종의 '길들이기'이다"면서 "GM사태를 보면 '노치'가 결국 직원들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문호 기자 kmh@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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