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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대통령 개헌안]200만 외국인 천부인권 보장…생명·안전·정보 기본권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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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합법적 파업’ 범위 확대…공무원도 노동3권 보장

직접민주제적 요소 신설…검사 영장청구권 조항은 삭제

청와대 “헌법 바뀌면 내 삶이 바뀐다” 개헌 정당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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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0일 대통령 개헌안을 1차로 공개했다. 청와대가 밝힌 개헌안대로 기본권, 국민주권 관련 조항이 바뀌면 법원이 정하는 합법 파업의 범위가 확대되고, 국민들이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게 된다. 또 정부의 소수자 우대조치가 늘어나는 등 변화가 예상된다. 청와대는 개헌안 요지를 공개하며 1987년 헌법이 30여년이 흐르는 동안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 촛불집회를 거치며 소명이 다했다며 ‘개헌하면 내 삶이 바뀐다’는 프레임으로 개헌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대통령 개헌안의 특징은 직접민주제적인 요소를 신설해 국민주권 개념을 강화하고 기본권의 주체와 의미, 외연을 확대한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촛불혁명을 헌법 전문에 넣지 않았지만, 그것이 요구한 핵심 정신을 새 헌법에 담겠다는 의미다.

■ 합법 파업 확대…노동권 강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여겨져온 노사 협상에서 노동자 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 개헌안에는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 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브리핑에서 단체행동권의 목적을 ‘노동조건 개선과 그 권익보호’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은 노동3권의 목적을 ‘근로조건의 향상’이라고 한정하고 있다. 합법적 파업의 범위를 임금 인상이 목적인 경우로 법원이 좁혀 판단해온 근거가 됐다. 이 때문에 공정보도를 요구한 언론사 파업이나,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노동자 파업이 모두 불법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이렇게 개헌이 되면 법원은 불법파업의 범위를 지금보다 축소해야 한다. 파업에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국내외 비판을 받아온 대법원 판례가 변경될 수 있는 것이다.

개헌안은 노동3권을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현역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하도록 했다.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공무원 노동3권을 인정하는 현행 헌법과 다른 것이다. 법률로 정한 노동3권의 예외에는 군인, 경찰 등 제복 입은 공무원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개헌안은 ‘근로’라는 용어는 일제와 군부독재의 잔재라는 이유로 ‘노동’으로 수정했다.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수준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 해소 근거를 마련했다. 법률에 있던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상위법인 헌법에 명시하도록 한 것도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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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민주주의 요소 도입

개헌안에는 법원 확정판결 전에라도 비리 행위가 명백한 국회의원을 국민들이 소환해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국민들이 국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발안제도 포함됐다.

이는 국회의 입법 기능에 대한 불신,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반감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국민발안과 국민소환의 요건은 국회가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조국 수석은 “세월호 참사 후 세월호특별법 입법 청원에 600만명의 국민이 참여했지만 당시 정부와 국회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촛불시민혁명과 쏟아지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을 보면 권력의 감시자로서, 입법자로서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의 뜨거운 열망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선거권, 참정권, 공무담임권과 관련해 기본권 내용 전체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표현을 삭제하고, “선거권 행사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고 단서를 다는 형식으로 국회 입법의 재량권 범위를 축소했다.

■ 기본권 주체 ‘국민’→‘사람’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한 것도 변화다. 인간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학문·예술의 자유 등 천부인권에 해당하는 기본권은 내국인에만 국한하지 않는 것이 국제적 흐름에도 맞다는 이유에서다.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과 사람으로 다양화함으로써 장차 외국인의 기본권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직업의 자유, 재산권 보장, 교육권, 일할 권리와 사회보장권 등 사회권적 성격의 기본권과 자유권 중 국민경제와 국가안보와 관련된 권리의 주체는 현행대로 ‘국민’으로 한정했다. 조 수석은 “국가가 나서서 돈을 써서 보장해야 할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에는 국민이 아니라면 곤란하다고 봤다”며 “국적 유무에 관계없이 종교, 양심의 자유는 돈이 들지 않는 문제”라고 했다.

생명권과 안전권, 정보기본권 등 시대 변화에 따른 새 기본권이 추가됐다. 군인 인권보장 조항을 신설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동물보호 관련 정책을 국가가 수립하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청와대가 조문을 공개하지 않아 확인되지 않지만, 생명권 도입에 따라 헌법에 유일하게 나오는 ‘사형’ 표현(110조 군사재판 단심제 조항)이 삭제됐는지도 관심사다. 기본권을 규정한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10조~39조)’의 명칭은 ‘기본적 권리와 의무’로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개헌안의 평등권 조항에 국가의 적극적 평등 실현 의무를 추가하면서 성별과 장애 등 차별을 바로잡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조치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학의 입학 정원에 소수계 의무 할당을 규정한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으로 불리는 조항이다. 평등 실현이 국가의 의무가 되기 때문에 제도가 미진할 경우 시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을 헌법에서 삭제한 것도 특징이다. 선진국들 가운데 그리스, 멕시코 외엔 헌법에 영장청구 주체 규정을 두는 나라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만 형사소송법에 이 조항이 있기 때문에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현행대로 남아 있게 된다.

■ 헌법이 바뀌면 내 삶이 바뀐다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들은 오랜 시간 토론을 벌여 조문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대통령 시간을 이렇게 많이 빼앗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치열한 토론을 하며 전체 조문을 3차례 독회를 했다”면서 “기본권 확대에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정부형태와 헌법기관 간 권한 조정은 상당한 토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개헌이 되더라도 당장 제도까지 바뀌지는 않는다. 판결과 법률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헌법소원, 위헌법률심판 등을 거쳐 판례를 변경하고 국회 역시 헌법에 맞춰 법률을 만들거나 수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요구 수준에 따라 제도 변화의 속도와 범위가 달라진다.

조 수석은 “국민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되고 국민 모두가 자유롭고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대한민국을 상상해 보라”며 “헌법이 바뀌면 내 삶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손제민·이범준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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