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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전현직 대통령들의 개헌 관련 연설문 뜯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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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은 내용과 과정 모두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개헌이 되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10일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개헌안’ 발의 계획을 밝히며 했던 말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헌법은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며 국회를 향해 “국가의 책임과 역할, 국민의 권리에 대한 우리 국민의 생각과 역량”을 반영하는 합의된 개헌안을 마련해주길 당부했다.

세계일보

세계일보가 19일 문 대통령의 당시 신년사 가운데 개헌 관련 대목(1148자)을 워드클라우드(글에서 언급된 핵심 단어를 시각화하는 기법)로 분석한 결과 문 대통령은 ‘국민’이라는 단어를 총 23회 사용하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헌’은 6회, ‘촛불’이 5회, ‘우리’가 4회로 뒤를 이었다. ‘삶·사회·민주주의·약속·국회·합의·투표’ 단어는 3회씩 언급됐다.

“촛불정신을 국민의 삶으로 확장하고 제도화”하기 위해서라도 개헌을 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논리는 약 11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헌 관련 대국민 특별담화와 상당히 닮았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월9일 담화에서 “새로운 시대 정신에 부합하는 규범을 담아야 한다”며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을 제안했다.

세계일보

총 글자수가 3380자인 노 전 대통령 담화에서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25회로 가장 많이 사용됐다. 노 전 대통령은 5년 단임제가 “임기 후반기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임기’(14회)와 ‘정치’(13회), ‘선거’(9회), ‘4년’(8회) 뿐 아니라 ‘국정·국가·책임’(각 7회)이 빈번하게 사용된 배경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대국민 연설을 통해 개헌 필요성을 거론한 적이 있다. 2010년 8월15일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서다. 하지만 “‘권력의 정치’에서 ‘삶의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전 대통령은 미래를 향한 비전 제시보다는 현실정치 구태 타파 쪽에 더 방점을 찍었다. 이 전 대통령은 439자 개헌 관련 대목에서 ‘정치’를 8회, ‘분열’과 ‘갈등’을 각 2회, ‘지역주의·대결·집단’ 등 부정적 어휘를 1회씩 사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 타파”를 주된 이유로 ‘개헌 카드’를 빼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집권 4년차인 2016년 10월2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당면한 문제들을 일부 정책의 변화 또는 몇 개의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어렵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일보

박 전 대통령의 당시 시정연설문(2468자)에서 자주 사용된 단어를 살펴봤더니 ‘개헌’(13회)에 이어 ‘국민’(10회), ‘헌법’(9회), ‘지금·국회’(각 7회) 등이 자주 쓰였다. ‘미래’나 ‘지속’, ‘민주’, ‘발전’(이상 3회씩) 등 긍정적 어휘보다는 ‘문제·체제’(각 5회), ‘변화·근본’(각 4회) 등 부정적 단어가 더 많이 등장하는 것도 박 전 대통령 개헌 관련 연설의 한 특징이다.

이 밖에 3명의 전직 대통령과 문 대통령 모두 ‘이제’, ‘이미’, ‘지금’ 등의 단어로 국회의 조속한 개헌안 합의를 촉구했다. 또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합의’를 각각 6회, 3회 사용한 반면 이·박 전 대통령은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개헌 관련해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새로 동원한 단어는 ‘촛불’ 이외에 ‘약속’, ‘후보’, ‘위원회’ 등이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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