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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팝인터뷰①]'사라진 밤' 김강우 "피폐함 위해 덜 자고 식사 걸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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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배우 김강우/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혼자 고요함을 즐기려고 했다”



배우 김강우가 영화 ‘사라진 밤’을 통해 인생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디테일한 표현력을 갖춘 배우인 줄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그의 연기가 더욱 빛을 발했다. 한정된 시간, 공간에서 다채로운 감정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김강우는 탄탄한 시나리오에 마음이 사로잡혔음에도 불구 여러 위험요소로 인해 출연을 망설였다가 이창희 감독의 단편영화를 보고 불안감이 싹 사라져 함께 하게 됐다고 밝혔다.

“리메이크작인 데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위험요소, 주어진 시공간은 한계적인데 신인감독이라는 점 등 때문에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다 감독님의 단편영화를 보고 불안감을 완전히 접었다. PC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물인데 너무 재밌더라. ‘사라진 밤’ 역시 잘 만드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김강우는 ‘사라진 밤’의 원작인 스페인 영화 ‘더 바디’도 찾아봤다. 리메이크하면서 원작에 비해 한층 친절해졌다고 소개했다. “난 궁금증을 못참는 스타일이라 원작을 바로 찾아봤다. 물론 풀어나가는 방식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유럽영화 특유의 무심함이 있더라. 표현들이 친절하지 않다고 할까. ‘사라진 밤’은 훨씬 친절하고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감독님의 계산이 퍼펙트하게 맞아 들어가 사족이 없다.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져 스타일리시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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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라진 밤' 스틸


김강우는 극중 완전범죄를 계획한 남편 ‘박진한’ 역을 맡았다. 재벌가 회장 아내의 소품 같은, 숨 막히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살인에 초점만 맞춘다면 악역이 맞지만, 김강우가 연기하면서 ‘연민’이라는 감정을 자아낸다.

“‘진한’이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정신적인 압박을 받아왔지 않나. 꿈꿔왔던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다 끔찍한 선택을 했으니 이해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연민을 느낄 만한 게 시나리오엔 없었지만, 난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세월이 묻어나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어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의 감정이 쌓여야 하고 표현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사를 조금 더 깔아야 ‘진한’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괜찮다고 하더라. 촬영 당시에는 ‘무슨 자신감일까?’라고 궁금했는데 완성본을 보니 몇몇 임팩트 있는 장면만으로도 ‘진한’의 10년간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더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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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강우/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무엇보다 ‘사라진 밤’은 김강우가 분한 ‘박진한’이 죽인 아내 ‘윤설희’(김희애)의 사체가 사라지고 벌어지는 하룻밤 스릴러다. 또 대부분의 상황이 국과수 안에서 펼쳐진다. 이처럼 시공간적인 한계에도 김강우의 섬세한 노력 덕에 지겨울 틈이 없다.

“하룻밤 사이 일어난 일인데 보통 사람이 하룻밤만 새도 수척해지지 않나. 더욱이 ‘진한’은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점점 살이 빠지고 피폐해진 모습이 보여지면 좋을 것 같아서 덜 자고 나가고, 식사도 안 했다. 또 일반적으로 국과수라는 건물에 들어갈 일이 없지 않나. 상황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혼자 있으려고 하고, 술도 혼자 마셨다. 최대한 말을 아꼈다. 날 정적으로 바꾸고, 고요하게 둬야 연기하기가 수월했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혼자 있는데 고요함을 못견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럼에도 익숙해져아 한다고 생각했다. 대신 그걸 즐기다 보면 긴장되는 뭔가로 선을 끊어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통 스릴러 영화라고 하면 뒤에 큰 반전을 예상하지 않나. ‘사라진 밤’은 그런 포인트를 가진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친구들과 같이 극장에 들어와 각자 다른 추리를 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끝나고 ‘아 재밌었다’보단 보는 순간이 흥미로웠으면 좋겠다. 같이 추리해나가면서 즐기시길 바란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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