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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동계패럴림픽 한국 첫 금메달 만든 베트남 아내 ‘금빛 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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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스키 신의현 부인 김희선씨

2006년 19세에 베트남서 결혼이민

남편 대신 밤농사·집안일 ‘1인 4역’

체력위해 한·중식조리사 자격증도


“남편이 그동안 몸과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대단한 일을 해낸 것 같아요. 정말 자랑스러워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철인’ 신의현(38·창성건설)의 영광 뒤에는 베트남 출신의 아내 김희선(31) 씨의 금빛 내조가 자리하고 있다.

김 씨의 원래 베트남 이름은 마이 킴 히엔이다. 19세이던 2006년 신의현에게 시집을 온 후 시어머니 이회갑 씨가 작명소에 가서지어준 이름이다. 베트남 이름에 있는 ‘킴’과 ‘히’의 어감을 살렸다. 김 씨는 2006년 신의현과 결혼했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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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씨(사진 맨 왼쪽)가 동계패럴림픽 첫 금메달을 딴 남편 신의현 선수 옆에서 웃고 있다.

[연합뉴스]

신의현은 대학 졸업 전날에 자동차를 몰고 가다 맞은편 차량과 충돌해 두 무릎 아래를 절단한 후 방황의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방에만 틀어박혀 상심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다 못한 신의현의 어머니 이씨가 베트남으로 가서 아들의 신부를 맞아들인 것이다. 김 씨는 “의현 씨의 인상이 좋기는 했는데, 운동하는 줄은 몰랐다”면서 “오늘과같은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결혼 직후 한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했다. 무엇보다 친어머니처럼 자상하게 대해주는 시어머니 이 씨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따랐고, 시아버지 신만균 씨도 정성으로 섬겼다.

신의현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휠체어 농구를 시작하면서 집안일은 김 씨의 몫이 됐다. 김 씨는 충남 공주 정안면에서 알아줄 정도인 5만㎡ 터에 밤 농사를 크게 하는 시부모를 도왔다. 가을이면 밤을 줍는 게 큰일이었고, 밤을 창고로 실어나르기 위해 남편으로부터지게차 운전 기술까지 터득했다. 또 한국에서 운전면허 자격증까지 직접 취득해 자동차를 몰았다.

김 씨의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영양이 부족하기 쉬운남편을 위해 한식과 중식 요리사 자격증을 땄다. 시어머니 이 씨는 ”우리 며느리는 머리가 좋아서 무엇을 배워도 척척 습득한다”면서 “아들을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게 대견하면서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공주 정안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은겸(11)과 병철(9)도 아빠를 닮았는지 태권도에 소질을 보여 국내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김 씨는 시부모 공양에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 집안일까지 ‘1인 4역’을 하고 있음에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천성적으로 긍정적인 성격 때문이라는 게 시어머니 이 씨의 귀띔이다.

김 씨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신의현에게 “메달을 꼭 따지 않아도 되니, 다치지만 말고 무사하게 돌아와 달라고”고 당부했다고 한다.

신의현이 메달을 못 땄을 때 위로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은 것도 아내 김 씨였다.

그는 “대회가 모두 끝나면 남편이 얼큰한 걸 좋아하니 김치찌개를 끓여주려고 한다. 또 육회도 좋아하니 의현 씨에게 물어봐서 맛있는 걸 듬뿍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문호진 기자/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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