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가족 같은 회사?…중소기업이 자초한 구인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소 중견기업, “추가 지원책 있어야 구인난 해소 한다” 주장에

-중기 재직자, “가족한테 법인카드 내주고, 친인척 관리직 채용 폐해부터 고쳐야”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중소·중견기업들이 구인난 해소를 위한 추가 지원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취업준비생과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주먹구구식 회사 운영이 구인난을 자초한다며 중소기업 스스로 경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 있는 한 소형 출판대행사에서 3년간 근무하다 퇴사한 이영아(31·여) 씨는 “일자리 중개포털에서 취업준비생들끼리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회사 분위기가 ‘가족 같다’면서 좋다고 하는 곳. 이런 곳은 무조건 걸러야 한다는 얘기다”라고 밝혔다.

이 씨는 전에 일하던 회사를 “가족 같은 회사”라고 소개한 뒤 “사장이 조카라는 사람을 어느 순간 회사로 불러들였다. 경력이 전혀 없었지만 그는 팀장 직급을 달았고,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근태도 별로여서 원래 일하던 사람들의 분위기만 망쳐버렸다”고 했다.

또 다른 중소 유통기업 재직자 김형우(29) 씨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봤자 회사와 내가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이 없다”며 “결국 나는 회사에 착취만 당하고, 회사는 지금 나보다 어린 사장의 아들, 딸이 물려받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을 같이 키워나간 동료들 중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 차기 경영자가 되는 풍토가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가족경영과 채용비리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도 최근 발견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산하 9개 기관, 22개 단체의 5년간 채용 전반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140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고위인사와 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직원을 계약직으로 채용한 이후 최단기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 직장 동료 자녀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내부직원만으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단체 고위직 혹은 지역 중소기업의 혈연, 지연이 부정채용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영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씨가 자동차 시트 납품 제조업체 다스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의혹 역시 가족경영의 대표적인 폐해로 분류될 수 있다. 대기업의 벤더회사인 다스의 법인카드를 김 씨가 10년간 4억원 넘게 사용했다는 다스 경리직원의 진술과 사용내역 등을 확보한 검찰은 횡령 혐의를 두고 수사 중이다.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회사 사장이 법인의 돈과 개인 돈을 구분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의료 소매업체에서 일하는 박세진(29) 씨는 “아마 지금이라도 횡령·배임이라고 걸면 들어갈 중소기업 사장들이 수두룩할 것”이라며 “이런 회사에 젊은 직원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며 일을 하겠다고 올 지 사장들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jin1@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