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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불황 뚫었다④]추락한 라면·히트작 없는 제과 살린 "씹는 맛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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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역성장한 라면 시장의 구원투수 '건면' 인기
침체된 제과 시장에 씹는 맛 열풍 일으킨 젤리·스낵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최근 대형마트에서 풀무원의 '생면식감' 라면을 시식한 이후 계속 건면만 찾게 된다는 주부 이수연씨. 이씨는 "맛이 없을까봐 구매조차 안했는데 우연히 시식할 때 너무 맛이 있어 깜짝 놀랐다"며 "기름에 튀기지 않아 열량이 낮으니 남편 다이어트에도 좋고, 씹는 식감이 살아있다보니 아이들도 좋아해 이제 건면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A 회사 준비실에는 젤리와 과자가 수북이 쌓여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사탕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젤리와 과자 중에서도 유난히 많이 쌓여 있는 오리온의 '꼬북칩'과 해태제과의 '빠새'. 이 회사 총무팀 관계자는 "스트레스를 씹는 식감으로 푸는 여직원이 많은데, 금연을 하는 남직원들도 젤리를 찾아 구비해놓게 됐다"며 "과자도 종류별로 준비해놓는데, 작년부터 꼬북칩과 빠새 인기가 좋아 가장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정간편식(HMR)에 데여 3년만에 역성장한 라면 시장. '히트작품'이 계속 나오지 않아 침체된 제과 시장. 그러나 '불황'에도 '구원투수'는 있는 법이다. 건면(비유탕면)이 라면 시장의 새로운 성장 원동력으로 떠올랐고, 불황 트렌드와 맞물려 씹는 맛이 일품인 젤리와 식감을 살린 '꼬북칩', '빠새' 등이 제과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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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바라보는 건면, 라면 구원투수= 기름에 튀기지 않은 라면인 건면이 라면 시장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가정간편식(HMR)에 데여 위기에 빠진 라면 시장의 전체 성장을 이끌며 성장 정체를 돌파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19일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주요 4개사(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한국야쿠르트)의 매출을 합한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전년(2조400억원)보다 2.5% 감소한 1조9900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1조8500억원이었던 라면 시장규모는 2016년 1조8800억원, 2017년 2조400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오다가 작년에 3년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라면 대체제인 'HMR'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라면을 끓여먹기보다 간편한 '컵밥' 등 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 HMR시장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지속하며 규모만 3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건면 시장은 매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사상 첫 1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체 라면 시장에서 건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5%를 밑돌지만 성장 속도 만큼은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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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슨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 소매시장에서 건면은 총 923억원어치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22.2% 늘어난 것으로 최근 3년간 연 평균 약 21%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1000억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건면 시장은 농심과 풀무원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농심이 점유율 55%로 44.5%의 풀무원을 앞섰고, 2016년에는 풀무원이 '자연은맛있다 육칼'의 인기에 힘입어 시장점유율 53.3%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파듬뿍육개장'을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농심은 최근 '건면새우탕'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풀무원도 '자연은 맛있다' 브랜드를 '생면식감'으로 리뉴얼한 이후 일본식 '돈코츠라멘'을 출시하는 등 건면 시장의 확고한 1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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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작으로 떠오른 꼬북칩·빠새…2000억 바라보는 젤리= '히트작품'이 탄생되지 않는 제과 시장에 오랜만에 돌풍을 일으킨 과자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오리온의 '꼬북칩'과 해태제과의 '빠새'.

꼬북칩이 출시 1년 만에 판매량 3200만봉을 돌파했다. 1초에 1봉 이상씩 팔린 셈이다. 매출액도 35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3월 출시된 꼬북칩은 국내 최초 4겹 스낵이다. 홑겹 스낵 2~3개를 한꺼번에 먹는 것같은 풍부한 식감과 겹겹마다 양념이 배어든 진한 풍미로 제과업계에 '식감' 트렌드를 불러일으키며 최고 히트상품으로 부상했다.

오리온은 8년의 노력 끝에 성공한 4겹 스낵 생산설비를 지난해 특허 출원했다. 꼬북칩이 인기를 끌면서 물량 부족을 겪자 오리온은 지난 1월 생산량을 2배로 늘렸다. 기존 콘스프맛, 스윗시나몬맛에 이어 새우맛을 새롭게 선보였다. 새우맛 매출은 출시 한 달 만에 16억원을 넘어섰다. 오리온은 올해 상반기 중국 현지 공장에도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꼬북칩을 출시하기로 했다.

빠새의 인기도 심상치 않다. 빠새는 출시 6개월 만에 1000만 봉지 판매를 돌파 기록을 세웠다. 누적 매출액은 88억원. 2초에 한 봉지씩 팔린 것으로, 국민 5명 중 1명은 빠새를 먹은 셈이다. 자체 집계한 결과 지난해 11월까지 1300만 봉지를 판매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빠새 누적판매량이 1000만 봉지를 돌파하며 해물스낵 3위에 올랐다"며 "장수 스낵이 즐비한 해물스낵 시장에서 단 6개월 만에 거둔 고무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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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업계는 '젤리'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젤리 시장 규모는 1540억원으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으며, 올해 시장 규모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 간식으로도 즐겨 찾는 젤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야말로 젤리 돌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젤리가 제과 시장의 새로운 효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젤리는 어린이 군것질거리로만 취급됐지만 최근 3년새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질겅질겅 씹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오피스 간식'으로 애용되고 있다"며 "쫄깃한 식감이 나른한 오후 졸음을 몰아내는데 제격이어서 젤리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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