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봄 팬츠 4종 = 3만원' 10년 전만 해도 홈쇼핑 업계에선 '싸게 많이' 공식이 통했다. 한때 주부들의 전유물이었던 홈쇼핑의 시청자들이 젊은층, 1인가구, 맞벌이 부부 등 세대별·형태별로 다양해지며 홈쇼핑도 그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자사브랜드(PB) 상품을 내놓고, 모바일 쇼핑족 공략에도 한창인 것. 홈쇼핑업체의 이 같은 전략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먹혔다. 몇년간 매출 침체로 부진했던 홈쇼핑의 실적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CJ오쇼핑·현대홈쇼핑은 지난해 취급고는 일제히 늘어났다. 세 곳의 취급고를 모두 합치면 11조 2928억원이다. 2016년(10조 3286억원) 대비 9.3% 성장한 셈이다. 지난해 세 곳의 매출 역시 모두 1조원을 넘겼다. 영업이익 역시 늘어났다. 현대홈쇼핑과 GS홈쇼핑이 10% 이상 상승했으며, CJ오쇼핑도 8.7% 올랐다.
무엇보다 홈쇼핑 패션 사업이 호황을 이루면서 성과를 거두는 데 일조했다. 실제로 CJ오쇼핑의 경우 지난해 패션 의류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15%에 달했다. 전체 매출에서 패션의류가 차지하는 비중도 20% 이상이었다. 가방, 신발 등 패션잡화까지 더하면 그 비중이 30%를 훌쩍 넘는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패션은 단순히 패션업계의 한 부분이 아니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입어 화제가 됐던 하얀색 치마 정장과 추미애 대표의 핑크색 치마 정장도 알려진 대로 모두 홈쇼핑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CJ오쇼핑 VW베라왕의 아이보리색 슈트는 김정숙 여사가 미국 순방 때 입어 화제가 됐다. 이 제품은 지난해 가을 다시 판매되며 CJ몰에서 평소보다 10배 넘게 나갔다. 상품 매진 후에도 구매 문의가 쇄도했다.
지난 2월22일 처음 출시된 현대홈쇼핑의 패션 PB ‘밀라노 스토리’는 첫 방송 1시간 만에 20억5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회사 패션 부문 시간당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GS홈쇼핑도 그 동안 홈쇼핑 방송에선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스커트 판매를 시작해 성공시켰다. 이달 12일 오전 7시15분에 방송된 ‘니트 투피스 세트’(9만9000원)는 월요일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35분만에 4600벌을 모두 판매했다. 니트 투피스는 오프라인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패션 아이템이다. 이날 방송된 제품은 GS홈쇼핑이 유명 디자이너와 손잡고 만든 PB 제품이었다.
모바일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홈쇼핑 성장세를 뒷받침 하고 있다. GS홈쇼핑의 지난해 모바일 매출은 1조5562억원으로 TV매출(1조8394억원)과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했다. 모바일 매출 신장률(전년대비)도 18.3%로 TV매출 신장률(0.9%)보다 훨씬 높았다. 다른 방송사들의 모바일 매출액과 비교해도 1.5~2배 이상 많았다.
GS홈쇼핑은 지난해부터 매주 화요일 밤 11시부터 1시간 동안 'GS샵' 앱을 통해 모바일 전용 홈쇼핑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시간에 모바일에서 GS샵 앱에 접속하면 생방송 팝업창이 뜨는데, 모바일 전용 방송은 업계에서 처음이다. GS홈쇼핑의 쇼호스트가 등장해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똑같다.
GS샵 모바일 전용 생방송인 '심야라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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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TV홈쇼핑에서 방송됐던 패션제품의 아웃렛 방송'이라는 콘셉트를 모바일에서 안착시켰다. 예를 들어 지난해 봄 GS홈쇼핑 TV방송에서 팔던 바바리 코트를 GS샵 모바일 방송에서 반값에 판매하는 식이다. 화장품이나 미용제품은 소량으로 구성해 판매도 한다. TV에서 헤어트리트먼트 6개에 7만9900원에 판매했다면 모바일에선 3개에 3만9900원으로 파는 것이다.
롯데홈쇼핑은 젊은 고객층 확보를 위해 '펀(FUN) 소통'에 나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선보일 자체 모바일 콘텐츠 제작을 통해 새로운 20~30대층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휴대폰에서 젊은 층들이 쉽게 보고 즐길 거리를 제공해 잠재 고객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롯데홈쇼핑이 제작한 웹 드라마 '아버지를 찾습니다'는 SNS에 공개된 지 3주 만에 조회수 54만6000뷰를 돌파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 30대에겐 대놓고 상품만 홍보하면 안된다"면서 "재미, 감동, 반전까지 담은 스토리형 콘텐츠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웹 드라마에서 롯데홈쇼핑의 사명은 후반부에 한 번 등장한다.
롯데홈쇼핑은 이달부터 '위시툰(Wish와 웹툰의 합성어)'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17만명을 보유한 일러스트 작가 명민호씨와 협업했다. 봄 시즌에 맞아 새학기, 결혼 등과 관련된 상품들에 관한 고객들의 사연을 받은 다음 당첨된 고객들을 주인공으로 한 '나만의 위시툰'을 그려 연재하는 것으로, 롯데홈쇼핑 SNS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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