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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10년 전 MB가 다스 비자금 수수 멈춘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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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비자금 350억원 불법 수수

2000년대 중반부터 돌연 중단

기재부, 처남 사망후 다스 주주로

대권주자 주목받고 몸 사렸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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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약 20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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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핵심 의혹 중 하나는 그가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비자금 350억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다.

검찰은 다스 경영진이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분식회계를 통해 영업이익을 실제보다 줄이는 방식으로 매년 30억~40억원씩을 차액을 만들어 이 전 대통령에게 현금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의 진술과 함께 서울동부지검 다스수사팀(팀장 문찬석 차장)의 회계분석으로 이와 부합하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한다. 이 분식회계와 돈 전달 과정의 정점에 이 전 대통령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단된 '비자금 전달'
그렇다면 매년 30~40억원의 ‘검은 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음에도 이 전 대통령은 왜 2000년대 중반 이후엔 이 같은 자금 수수를 중단했을까. 이 전 대통령이 금품 수수를 중단한 시점은 다스가 현대자동차와의 안정적인 납품 계약을 바탕으로 회사 규모를 폭발적으로 늘려가던 시점과 겹친다.

다스는 2003년 사명을 대부기공에서 다스(DAS)로 바꿨고 이후 매년 매출 규모가 급성장해 2016년엔 연매출이 1조원을 넘겼다.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선 다스가 매년 고정적인 ‘뒷돈’을 공급할 수 있는 알짜 회사로 성장한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은 최측근과 가족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다스의 실소유주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10여년 간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다스의 비자금 수수를 멈춘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스를 둘러싼 변화와 이 전 대통령의 당시 행보를 보면 대략의 추정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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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과 경주 다스 본사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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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남인 김재정씨 사망으로 발생한 '비자금 딜레마'
2000년대 중반 들어 비자금 수수가 중단된 이유로는 우선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고(故) 김재정씨의 죽음 이후 발생한 지분 변동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2010년 2월 김씨가 사망하면서 그가 갖고 있던 다스의 지분(49%)은 부인 권영미씨가 물려받았다. 문제는 남편의 지분을 상속받은 권씨가 이에 대한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당시 권씨는 ▲지분을 바탕으로 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낸 뒤 현금 배당 등으로 대출금을 갚는 방식 ▲다스에 지분을 모두 판매한 뒤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법 등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방안 대신 가장 비합리적인 ‘물납’을 택한다. 물납이란 상속세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본인이 갖고 있는 주식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당시 권씨가 남편 김씨로부터 받은 다스의 주식은 비상장주식이었기 때문에 가치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저평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본인에게 경제적으로 가장 불리한 선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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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대주주였던 처남 김재정씨의 사망 후 부인 권영미씨가 상속세를 물납하면서 정부는 다스의 주요주주가 됐다. 2007년 김씨가 검찰에 출두한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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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납 선택 이후 주요 주주가 된 기획재정부
권씨가 이 같은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애초에 김씨의 지분이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이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권씨 입장에선 본인 소유의 주식이 아님에도 상속세를 위해 대출 등을 받아 현금으로 납부하는 데 부담을 느껴 물납을 택했다는 것이다.

권씨가 물납을 선택하면서 상속세 문제는 해결됐지만 다스의 지분 구조 변화라는 '변수'가 생긴다. 권씨가 보유한 다스 지분 49% 중 19.73%를 세금으로 납부하며 정부(기획재정부)가 다스의 주요 주주 자리에 올랐다. 다스 경영진 입장에선 기재부가 주주인 상황에서 함부로 분식회계 등을 시도했다가 발각될 경우 회사 운영에 치명적인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불도저 서울시장' 마친 뒤 잠룡으로 급부상한 MB
비자금 수수가 중단된 2000년대 중반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임기가 끝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 굵직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불도저'란 별명과 함께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서울시장 퇴임(2006년) 이후 차기 대권후보로 빠르게 부상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대권후보로 부상하면서 일반 기업 등으로부터 정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역시 다스 비자금 수수가 중단된 이유로 추정한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07년부터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으로부터 민간 자금을 불법 수수한 사실이 밝혀졌다. 대보그룹(4억)·ABC상사(2억)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황도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다스 실소유주 의혹,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 등이 제기된 것도 다스의 비자금 수수를 멈춘 이유로 추정할 수 있다. 자신에게 쏠리는 의혹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몸을 사렸을 거란 해석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로부터 매년 30~4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수수한 것 자체가 '다스=MB 소유'임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정황증거라고 보고 있다. 이상은 회장이 다스의 서류상 오너이자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실소유주가 아니라면 회사의 영업이익 중 상당액을 매년 받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 수수가 2000년대 중반 갑작스럽게 중단된 이유로는 상속세 물납으로 인한 지분 변동, 정치적 영향력을 통한 민간 자금 수수 등 여러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그 이유와 관계없이 다스 비자금을 수수한 것 자체가 배임·횡령 및 조세포탈로 의율 가능한 범죄면서 동시에 다스 실소유주 의혹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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