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개헌로드맵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에는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장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방선거 때 개헌 동시 투표는 19대 대선 당시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국민에게 한 약속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비판했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시점이 다가오니까 '6월 국회 합의'를 얘기하는 것은 면피용 꼼수의 극치"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로부터 ▲대통령 4년 연임(連任)제 ▲대선 결선투표제 등을 골자로 한 정부 개헌안 초안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 개헌안을 발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도 한국당의 개헌로드맵 발표에 대해 "결국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못 한다는 것이어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자체 개헌로드맵을 발표하고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문제에 입장을 밝힌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지방선거 때 개헌 동시투표에 반대하면서도 뚜렷한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던 한국당이 '6월 국회서 여야 합의로 개헌안 발의'라는 일정표를 제시함에 따라 국회의 개헌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도 "본격적인 개헌협상을 위한 기본적인 토대가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거듭 말하거니와 개헌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 최선이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이 오는 21일 개헌안을 발의하더라도 국회가 4월 28일까지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하면 정부 개헌안을 철회할 수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여야는 입장차가 큰 개헌안 투표 시기는 잠시 뒤로 물려놓고 개헌의 방향에 대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길 바란다. 1년 3개월간 끌어온 국회 헌정특위의 논의만 기다려선 안 된다. 개헌의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나 선거구제 개편 문제 등은 고도로 정치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각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는 게 효과적이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여야 3당의 원내대표와 헌정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속도를 내면 지방선거 때 개헌안 투표를 위한 마지노선인 4월 말까지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설사 협상이 늦어지더라도 차선책으로 6월 말 여야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다.
여야 모두 30년이 넘은 '1987년 체제'를 종식하고 새로운 헌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개헌을 추진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역대 대통령의 비극적 결말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와 관련이 있으며, 개헌을 통해 이에 대한 보완 장치를 마련하라는 게 국민의 뜻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길 바란다. 정치권은 '대통령 연임제'건 '분권형 대통제'건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편에서 개헌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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