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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링' 위에 오른 개헌논의…개헌 시기·총리선출 험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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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오늘(16일) 개헌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링'위에 올랐습니다.

한국당 지도부가 개략적이나마 개헌안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금까지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여야 개헌논의에 속도가 붙을 지 주목됩니다.

그러나 개헌 시기는 물론이고 핵심 쟁점인 총리 선출 방안 등을 놓고 여야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최종적인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제시한 개헌안의 핵심은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총리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핵심 쟁점인 국무총리 선출 방식을 놓고 "국회가 헌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를 안착시켜 가겠다"면서 국회가 상당 부분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총리 선출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 한국당의 입장을 감안하면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기보다는 총리를 임명 또는 선출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도 6·13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다만 6월 국회에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하는 방안을 제시해 과거보다 진일보한 '구체적인 일정표'를 제시했습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개헌안 발의 이후 60일 이내에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개헌안을 의결하고,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야 합니다.

6월 개헌안을 발의하고 의결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최장 9월 이내에 국민투표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과 배치되는 사안들입니다.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는 여야 모두가 국민과 한 약속인 만큼 6월 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은 이런 맥락에서 한국당이 '6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하자'는 의견을 내놓은 것은 여전히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개헌안 당론을 아직 정하지 못한 한국당이 '10월 투표'를 얘기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시점이 다가오니까 '6월 국회 합의'를 얘기하는 것은 꼼수의 극치"라고 말했습니다.

강 원내대변인은 이어 "4월 28일까지 국회 합의 개헌안을 내놓으면 되는데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에는 되고 한 달 전에는 못한다는 얘기는 시간 끌기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은 '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제'에도 부정적입니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총리 선출은 기본적으로 현행 방식을 유지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며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방식이 꼭 총리 선출 방법에만 한정된 것이라 아니라 예산, 인사, 감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소수정당의 입장도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모두 각 당의 입장이 있어 개헌논의가 '고차방정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들 정당 모두 이번 개헌안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을 위한 대통령 권한 분산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각종 현안에서 한국당과 대척점에 있는 정의당이 한국당의 입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점이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이정미 대표는 언론 통화에서 "지방선거와 연계하면 안 된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던 한국당이 시기를 얘기하고 국회가 머리를 맞대자고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정의당을 포함한 5당 10인(각 원내대표 + 헌정특위 위원) 회의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 소수 정당들은 국회의원의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를 주장하고 있어 한국당과 이들 소수 정당이 분권형 대통령제와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가 "한국당이 대통령제와 조화를 이루는 분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밝히면 국민투표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하자 한국당 김 원내대표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21일까지 개헌안을 발의하는 경우 개헌 정국은 급격하게 냉각되고 개헌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당을 포함해 야4당 모두 국회가 개헌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야 모두 이번만큼은 1987년 체제를 종식하고 새로운 헌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분명해 지난한 논의 과정을 거쳐 결국은 개헌 작업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유영규 기자 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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