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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북·미대화]북·미·중 제각각 생색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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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력 완성에” “최대한 압박에” “쌍중단 제안에”

각국 국내정치 명분 확보 “대화국면 유지 동력될 것”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 중 하나는 북핵 문제 관련국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긍정적 역할로 국면전환을 주도했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적 상황을 고려한 ‘정치적 레토릭(수사)’이긴 하지만, 각국의 국내정치적 명분 확보가 대화국면을 유지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대화국면을 주도했다고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경제제재와 군사적 행동 경고 등 ‘최대한의 압박’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했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핵무력 완성’에 겁을 먹고 대화에 나섰다고 강조한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5일 “조선의 급속한 핵무력 강화에 당황망조하여 비공개리에 대화의 문을 계속 두드려온 것은 미국”이라고 밝혔다. 화성-15형 미사일 개발로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룬 것이 북·미대화를 가능케 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대화국면 전개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됐다는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쌍중단(雙中斷·북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의 군사훈련 동시 중단) 제안’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편다. 중국 외교부는 13일 정의용 특사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면담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이 제기한 쌍궤병행에 각국의 유익한 제의를 결합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의 역할과 제안을 거부해온 한·미 양국이 결국 중국의 역할을 이해하고 중국의 (쌍중단) 제안을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는 “각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자신들의 역할을 국내적으로 선전하고 정책적 지지를 얻어내는 것은 ‘외교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의 기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가 특사를 파견해 미국과 중국에 사의를 표한 것도 이 같은 환경을 이어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각국의 이 같은 국내정치적 명분 확보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양측이 모두 성과를 거뒀다고 국내적으로 치장할 만한 요소가 상호 포함되어야만 후속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

북·미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을 굴복시켜 체제안전을 얻어냈다고 선전하고, 미국은 북핵 해결에 트럼프 방식이 작동하고 있다고 포장할 수 있는 ‘주고받기’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조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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