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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교문·진입로도 없이 온통 공사판…“이게 학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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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3개 고교 통합, 새로 지은 ‘학다리고’에 무슨 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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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누가 학교로 생각하겠습니까. 도대체 교육청은 그동안 뭘 했는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지난 12일 전남 함평군 함평읍 함평학다리고등학교에 모인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2일 개학한 이 학교는 교문도 진입로도 없었다.

운동장에는 크레인이 서 있었고 기숙사 앞에는 포클레인이 움직였다.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건물에서도 공사가 이어졌다. 벽은 마감이 끝나지 않았고 실내에는 뿌연 먼지가 날렸다. 인부들이 보도블록을 깔고 있는 진입로 공사 현장을 지나던 학생은 넘어지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작업자들이 새참을 먹으면서 학교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면서 “공사판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다리고와 함평여고, 나산고 등 함평 지역 3개 고교를 통합해 새로 지은 이 학교는 개교한 지 열흘이 넘었지만 공사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470여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건물은 임시사용승인을 받았을 뿐이다.

함평여고 학생 70여명이 편입됐지만 여학생 기숙사는 착공도 못했다. 학교는 임시방편으로 남학생 기숙사 1개 층에 여학생 공간을 만들었고 폐교된 인근의 함평여고 기숙사를 사용하고 있다. 참다 못한 학생들은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내기도 했다.

함평읍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함평골프고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2002년 골프특성화고로 전환한 함평골프고는 신지애·장수연·전인지 등 유명 프로골퍼를 배출한 학교로 매년 전국에서 골프 유망주들이 지원한다.

함평학다리고와 부지를 맞바꾼 이 학교는 올해부터 옛 학다리고로 옮겨왔다. 공사가 지연돼 개교를 1주일이나 미뤘지만 학교는 아직도 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 골프특성화 고교지만 골프연습장은 이제 서야 기둥이 세워지고 있었다. 정문이 없는 입구에는 통행제한 안내판이 서 있고 아스팔트 포장을 걷어낸 바닥엔 흙과 자갈이 뒤섞여 있었다.

옛 건물을 철거하는 공사도 진행됐다. 함평골프고는 3월까지 체험학습 등으로 수업을 대체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전남도교육청은 교내에 골프연습장이 완공되기 전까지 학생들이 민간 연습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한 학부모는 “골프를 가르치는 학교에 골프 연습 시설이 하나도 준비돼 있지 않다. 어떻게 이런 상태로 개학을 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2월까지 모든 공사를 완료해 학생들이 문제없이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계획했지만 공사 일정이 늦춰졌다”면서 “함평학다리고 등을 수차례 방문해 점검했는데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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