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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산골마을 60~94세 어르신 17명 ‘만학의 꿈’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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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군 개설 ‘세종학교’ 오늘 입학…“못 배운 한 풀겠다”

강원 인제군 산골마을 주민인 ㄱ씨(61)는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어렵사리 독학으로 한글을 깨친 ㄱ씨는 운전면허까지 취득해 차를 몰고 다니며 마을의 행사를 챙길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이다.

늦은 나이에 새로 취직할 것도 아니고, 여생을 보내는 데 졸업장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쫓겨 뭔가를 놓쳤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은 늘 불편했다. 이 같은 심정을 알아챈 딸의 적극적인 권유로 초등학교 졸업장을 따기로 한 ㄱ씨는 최근 자치단체에서 개설한 ‘하늘 내린 인제 세종학교’에 입학원서를 제출했다.

인제군은 지난달 강원도교육청으로부터 초등학교 인정 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정규학교 교육의 기회를 놓친 주민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하늘 내린 인제 세종학교’를 개설, 13일 첫 입학식을 연다.

이 학교에 입학하는 산골 마을 어르신은 모두 17명이다. 60~94세까지 연령층도 다양한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다.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과거 한때, 남동생이나 오빠에게 밀려 학교의 문턱에도 가지 못했던 딸들이 할머니가 돼 만학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에 나선 것이다. 인제읍 생태여행센터와 북면 원통 종합복지타운 2곳에 개설된 ‘하늘 내린 인제 세종학교’의 수업은 주 2회 2시간씩 연간 160시간 이상 진행된다.

초등학교 6학년 과정을 3년(1∼3단계)으로 단축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교육의 수강료는 무료다. 각 단계에 3분의 2 이상 출석해 교육을 받은 이수자는 강원도교육감으로부터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된다.

물론 중학교 진학 기회도 생긴다. 임혜숙 인제군 자치행정과 교육협력 담당(47)은 “현행 검정고시제도로는 학력 인정이 어려운 고령의 어르신들을 위해 이 같은 학교를 개설하게 됐다”며 “오랜 시간 쌓여 있던 응어리를 해소하고 만학의 꿈을 이루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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