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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미국, 터키와 ‘쿠르드 갈등’에 중동 핵심 공군기지 축소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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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인시를릭 기지서 아프간으로 공격기 이전

미 “잇단 작전 제한 탓”

경향신문

시리아 쿠르드를 두고 미국과 터키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터키 인시를릭 공군기지 사용을 영구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터키 남부 아다니아주에 위치한 인시를릭 기지는 미국의 중동 핵심 기지 중 한 곳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군이 인시를릭 공군기지에서 수행하는 군사작전을 급속히 줄이고 있으며, 기지 사용을 영구적으로 줄이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군 관계자 말을 인용해 워싱턴과 앙카라 사이 최근 고조된 긴장관계가 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군 관계자들은 “인시를릭 기지에서 작전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터키 때문에 작전이 하루 넘게 미뤄지기도 했다”면서 “고위 관료가 활주로를 이용해야 한다며 작전 연기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터키의 태도가 쿠르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적었다.

미국은 지난 1월 이미 인시를릭 기지의 A-10 공격기 비행대대를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로 옮겼다.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이 마무리된 만큼 아프간 탈레반 소탕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 관계자들은 “터키 당국의 잇따른 작전 제한 조치도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이어 “기지 사용을 계속할지 내부 검토도 했다”면서 터키 압박이 계속될 경우 위험부담을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터키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인시를릭 기지를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해왔다. 쿠르드 갈등이 격화된 이번에도 기지 폐쇄를 거론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물론 미국과 터키 모두 섣불리 행동에 나서기는 어렵다. 미국은 걸프전과 이라크전, IS 격퇴전까지 이곳을 작전 허브로 사용했다. 그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상징적 의미도 크다. 인시를릭 기지는 1955년 미국의 지원으로 지어졌다. 이후 냉전 기간 내내 소련의 확장을 저지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최전선 기지 역할을 했다.

터키 일간 휴리예트는 지난달 칼럼에서 “인시를릭 기지 폐쇄는 루비콘강을 건너는 결정”이라고 적었다. 미국도 “터키는 여전히 우리와 밀접한 관계”이며 아프간으로 옮긴 비행대대 역시 언제든 복귀할 수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문제는 시리아 쿠르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 또한 쉽게 봉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은 IS 격퇴전에서 쿠르드 병력을 꾸준히 지원해왔고, 지금도 중요한 파트너로 여긴다. 터키는 그런 쿠르드를 자국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간주한다. 지난 1월부터는 시리아 북서부에서 쿠르드 세력을 몰아내는 군사작전까지 시작했다.

입장 차이는 크고 불만은 쌓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의개발당(AKP) 행사에서 “우리는 이렇게 싸우고 있는데 나토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었다. 국가 안보를 위해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데 동맹이라는 미국과 나토가 지원은커녕 반대만 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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