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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누구를 위하여 저가항공 진입 문턱 높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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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과당경쟁 심화”…자본금·항공기 수 등 신규 면허요건 강화

기존 LCC 6곳 기득권 보호 논란 속 자본력 있는 대기업만 진출 우려

정부가 과당경쟁 심화를 우려해 신규 면허를 발급받으려는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LCC)의 자본금과 항공기 보유 대수 등 자격 요건을 강화키로 했다. 하지만 현재 LCC의 절반 이상이 대기업 계열사이고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LCC의 기득권을 지나치게 보호하려는 규제란 지적도 나온다.

12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항공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과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보면 LCC 신규 사업자 면허요건은 자본금의 경우 1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항공기 보유 대수는 3대에서 5대로 강화된다.

국토부는 항공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신규 사업자의 진입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2009년 사업을 철수한 한성항공이 자금 위기를 겪으면서 소비자 환불이 안되고, 정비사·조종사 임금이 미지급된 점을 예로 들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수익이 줄어들면 안전 관련 비용을 제일 먼저 줄일 가능성이 크다”며 “항공산업은 재무구조가 악화되면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직결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기존 LCC 사업자 관리도 강화한다.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돼야 재무구조 개선 명령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개선명령 발동시기가 2년으로 단축된다. 개선명령을 받고도 50% 이상 자본잠식이 지속되면 면허 취소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LCC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국토부가 과당경쟁을 미리 우려, 기존 사업자들에게 우월적 지위를 계속 부여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LCC 시장에는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서울·에어부산,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 애경그룹이 지분을 소유한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6개 회사가 진출해 있다. LCC 6곳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6309억원으로 전년보다 35.0% 늘었고 영업이익은 2783억원으로 92.7% 급증했다. 여객이 늘면서 LCC들은 항공기도 늘리고 있으며 지난해 국토부에 신규 등록한 34대 항공기 중 18대(52%)는 LCC들에서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안전 강화를 위해 규제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다만 지금처럼 ‘과당경쟁 우려’를 명목으로 신규 사업자 진입을 어렵게 하는 규제 신설은 기존 사업자들의 경쟁을 약화시키고 독점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자본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만 LCC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반드시 필요한 규제와 기득권을 보호하는 규제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며 “안전과 관련된 기준을 높이고 사후 감독을 국토부가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중소사업자의 진출을 막는 식의 진입 규제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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