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영화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더니 여성 응답자의 60% 이상이 성폭력 또는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여성 영화인 중 11%는 원하지 않는 성관계도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상익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천만 요정'으로 불리던 배우 오달수 씨의 성폭력 의혹에 이어 터져 나온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 씨의 상습 성폭력 폭로.
영화계의 치부가 드러나자 영화인들은 오랫동안 곪은 상처가 터졌다며 토론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심재명 / 한국영화성평등센터장 : 여성 영화인의 위치의 열악함, 이런 것들이 열악하기 때문에 폭로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영화계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성폭력과 성희롱 실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영화계 종사 여성 3명 중 2명꼴인 61.5%가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연령 별로는 20~30대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여성 응답자의 피해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이 40.0%로 가장 많았고, 술을 따르게 하거나 원치 않는 술자리를 강요받았다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 여성 9명 중 1명꼴인 11.3%는 원치 않는 성관계까지 요구받았고,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베드신이나 노출신을 강요받는 등 촬영 중 일어난 성폭력도 4.1%로 집계됐습니다.
직군별로는 작가가 성폭력·성희롱에 가장 많이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으며 배우와 연출, 제작 순으로 피해 경험이 많았습니다.
비정규직은 50.6%가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반면 정규직은 29.9%에 그쳐 역시 고용형태가 불안할수록 더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배우 문소리 씨는 영화인 전체가 가해자나 피해자, 방관자였거나 암묵적 동조자였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반성을 촉구했습니다.
[문소리 / 영화배우 : 우리 전체의 문제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돼야 하지 않을까….]
영화인들은 현장에서의 지속적인 성폭력 예방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남순아 / 영화감독 : 대리 출석하거나 각 팀의 막내가 대표로 가서 (예방교육을) 이수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및 참여 독려는 제작사와 투자사, 감독과 PD를 비롯한 주요 스태프들의 의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은 업무협약을 맺고 성폭력·성희롱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피해자 상담과 법적 대응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영화인들은 영화계 내 오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간 작품의 완성도나 예술이라는 미명 하에 눈감아온 구성원들의 의식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YTN 김상익[si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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