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할 경우 동료 대법관이나 후배 법관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때로는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전직 대법관이 변호인 명단에 이름만 올려도 판사들이 움찔하고, 도장만 찍어주고 건당 수천만원 이상을 받는다는 건 파다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비싼 돈을 주고라도 대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를 상고심에 내세우는 이유는 그의 대법원 내 연고를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뻔하다. 1, 2심 때는 빠져 있다가 뒤늦게 변호인단에 들어간 것도 이름값에 기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최고법관 출신이 변호사 개업을 해서 돈을 버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미국은 대법관이 종신직이고, 70세가 정년인 일본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통한다.
전관예우 관행은 범죄와 다를 바 없다. 전직 판사나 검사가 맡은 소송이라고 해서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건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짓밟는 처사다. 시민들의 법감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 그러나 대법원의 대책은 아직 허술하고 엉성해 보인다. 직업 윤리와 정의를 스스로 지키지 못한다면 법으로 규제할 수밖에 없다. 전직 대법관들의 돈벌이 변호를 막는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관 변호사의 수임료를 모두 공개하고, 재판부와 변호인의 연고관계를 밝히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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