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후 인격살해와 다름없는 2차 피해를 당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서는 김씨의 학력·나이·결혼 여부 등 신상정보는 물론 ‘성폭력을 가장한 정치공작’ ‘아버지가 과거 정치활동을 했다’ 등과 같은 터무니없는 루머가 급속도로 번졌다. 법무부 고위 간부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도 근거 없는 소문으로 개인의 인격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2차 피해를 당했다. 오죽하면 서 검사가 검찰진상조사단에 출석해 허위 소문에 대한 수사까지 요청했는가.
서권천 변호사는 지난 7일 정봉주 전 의원에게 성추행당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비꼬면서 “(피해자가) 7년 전 일을 막 나눴던 대화처럼 기억하고 있다. 피해자의 천재성에 감탄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부산지역 정치인은 성폭행 피해자를 모욕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시당으로부터 제명조치됐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외침을 가로막고, 그들을 불순한 존재로 만들어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2차 가해가 아닐 수 없다. 성폭력 가해자 가족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악성 댓글도 근절돼야 한다. 일부 누리꾼들은 배우 고 조민기씨 등 성폭력 가해자 가족의 신상정보와 사진을 찾아 인터넷에 올리거나 저주 섞인 악담을 퍼붓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들불처럼 번져가는 미투 운동을 가로막는 또 다른 폭력이다. 2차 가해는 직접적인 성폭력에 버금가는 범죄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미투 운동의 성패도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는 데 달려 있다. 성폭력 피해자를 2차 가해로부터 보호하는 집단지성의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어야 미투 운동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2차 가해자를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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