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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문 대통령 개헌안 발의 가닥… 여의도 전운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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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과 약속 이행에 무게”

대통령 4년 연임제 담긴 초안

13일 보고받고 이르면 20일 발의

논의 지지부진 국회 압박 의도도

“시한 정해 놓고 다그치듯 종용”

한국당 등 야권은 거센 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헌법자문특위가 마련한 개헌안을 발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개헌안에는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고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법률로 수도를 규정토록 하는 조항도 포함된다. 다만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통령제 개편안이 실려 있어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개헌 함수’가 한층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2일 “문 대통령이 특위의 개헌안을 보고 받고 최종 결심을 내릴 것”이라며 “개헌을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이 발의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위는 12일 개헌안 초안을 확정해 13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국회 개헌 논의를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청와대가 이날 “여야가 국회에서 개헌안을 마련할 경우 정부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 개헌안 마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대통령안을 발의하고 국회는 찬반 여부만 가리도록 하는 게 오히려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안이 발의되는 순간, 가뜩이나 개헌에 미온적이던 야당들이 완전히 등을 돌리는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발의 시점은 이르면 20일이 될 예정이다. 국회가 헌법 개정안 공고 이후 60일 이내에 의결하도록 한 것을 고려한 시간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단호하게 이달 20일 발의할 수도 있지만, 여야에 시간을 주기 위해 4월 발의할 수도 있다”고 했다. 4월 남북 정상회담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기 전에 개헌안을 빨리 발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대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선 대통령 4년 연임제가 담길 전망이다. 4년 중임제는 임기를 마친 직후 선거에서 패배해도 재출마가 가능하지만 연임제는 임기 후 연달아 당선되지 못하면 재출마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은 국민이 뽑고, 총리는 국회가 선출하는 혼합정부제를 선호하고 있어 중간에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개헌 초안에 수도조항을 포함하는 방안도 확정됐다. 다만 헌법에서 직접 수도를 규정하지 않고 법률로 수도를 정하도록 위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쟁점 사안에 대해선 복수안도 마련됐다. 특위 관계자는 “가령 국민소환제 도입의 경우 헌법에 넣을 것인지 법률에 위임할 것인지를 두고 특위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고,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 확대를 두고도 전문가는 찬성, 국민 여론은 반대 입장”이라며 “1ㆍ2안을 마련해 대통령이 최종 결정토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발 개헌안 발의가 코앞에 다가오며 국회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국회 개헌ㆍ정개 특위는 이날 헌법개정 전체회의에서 국회가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야 간 온도차는 있었다. 야권은 “관제 개편안 마련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한 반면, 여권은 야당의 개헌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청와대는 야당 설득 작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 속에서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하더라도 야당이 반대하면 개헌 의결 정족수를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6월 개헌 국민투표 실시에 야당이 합의하면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지 않겠다는 회유책도 제시했다. 하지만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시한을 정해 설익은 문재인 개헌안을 다그치듯 종용해 온 게 얼마나 무모한 정치적 시나리오였나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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