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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영화 스튜디오의 구원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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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미에서 공개된 스타트렉 : 디스커버리는 초기 성공한 컨텐츠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방영 초기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여파로 시청자들의 혹독한 비판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나 제2의 ‘브레이킹 배드’가 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넷플릭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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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초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명작 미드 ‘브레이킹 베드’ [사진 출처 : A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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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편당 제작비가 80억원이 넘는 컨텐츠의 성공 여부를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스타트렉은 편당 제작비가 800만~850만달러로 총 15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다. 총 1억2000만달러가 넘어 왕좌의 게임의 제작비에 육박할 정도로 대규모 프로젝트다.

북미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CBS 올 액세스(All Access)에서 공개된 뒤 CBS 채널을 통해 방영된 이 TV 시리즈는 CBS 올 액세스의 가입자를 역대급으로 늘리는 데 큰 몫을 하기도 했다. CBS 올 액세스와 쇼타임은 지난 2월 가입자가 5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까지 가입자 수는 400만명에 불과했는데 스타트렉이 9월 말에 나온 뒤 25% 이상 늘어난 것이다. CBS도 방영 한 달 만에 시즌 연장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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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메타크리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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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평단의 평가는 초기에 좋았지만 팬들은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다. IMDB, 로튼 토마토와 함께 현실적인 평점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메타크리틱 스코어는 4.7점 밖에 되지 않았다. CBS 올 액세스라는 월 5.99달러(한화 약 6500원)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제한적인 환경에서 큰 방향을 이루지도 못했다. 당시 시청자들의 반응만 본다면 시청률 부진으로 시즌 연장이 불발된 센스 8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예사롭지 않은 수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바이럴 스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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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이 1위를 차지한 북미 디멘드 차트. 스타트렉이 디지털+TV를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 사진 출처 : 패럿 어날리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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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의 왼쪽 차트에서 파란색은 디지털 오리지널(OTT용으로 나온 오리지널 컨텐츠), 아이보리색은 TV용 오리지널 컨텐츠다. 왼쪽 종합 차트에서 스타트렉 : 디스커버리만 디지털 오리지날로서 유일하게 1위를 차지한 것을 알 수 있다. 넷플릭스가 자랑하는 다른 오리지널들은 셰임리스나 스타워즈 애니메이션 시리즈에도 미치지 못함을 확인할 수 있다. 5개월이 지나 시즌1이 끝난 지금 CBS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옳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전장치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반전의 뒤에는 넷플릭스가 있다

CBS는 어떻게 이런 성공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사실은 예측했다기보다 리스크를 최소화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CBS는 스타트렉 디스커버리가 공개되기 전에 미국/캐나다를 제외한 해외에서는 넷플릭스와, 캐나다에서는 벨 미디어와 계약을 맺는다. 넷플릭스는 이 계약에 에피소드당 600만달러를 지불했다. 전체 예산의 약 70% 이상을 투자한 것이다. 캐나다의 벨도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대규모 금액을 지불한 데에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 먼저 넷플릭스는 아직 HBO, CBS 수준의 컨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성공했다고 평가되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인 지정 생존자(ABC), 리버데일(CW), 스타트렉 : 디스커버리(CBS), 아웃랜더(스타즈-Starz) 등도 모두 미국 방송사에서 제작하고 방송을 했던 것들이다.

두번째로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쓰는지도 아직은 미지수인 단계다. 넷플릭스가 CES 등을 통해 엄청나게 광고하고 제작비만 1억달러 이상을 투입한 얼터드 카본은 기묘한 이야기 수준의 인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앞서 패럿의 자료를 봐도 CW의 10대 드라마인 플래시보다 바이럴 지수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퀄리티에 과연 좋은 영향을 줄까?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넷플릭스는 질 좋은 콘텐츠를 공급하고 싶어하는 반면 방송사는 리스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렉 : 디스커버리는 양쪽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좋은 사례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아래 언급할 컨텐츠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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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W의 DC 히어로물 블랙 라이트닝 [ 사진 출처 : 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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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 사례는 바로 블랙 라이트닝이다. CW(CBS와 워너의 합작 채널)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블랙 라이트닝은 첫 방송이 공개되자마자 다른 국가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됐다. 미국내 반응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이같은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 사용자들은 앞으로 파라마운트의 영화를 미국 개봉 직후 혹은 바로 시청할 수 있다. 올해 슈퍼볼 광고에서 해성같이 등장한 클로버필드 트릴로지의 마지막인 ‘클로버필드 패러독스’는 극장 개봉이 아니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넷플릭스는 4000만~4500만달러 정도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를 5000만달러에 구매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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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필드 파라독스는 파라마운트의 영화로 극장 개봉이 예정돼 있었다 [사진 출처 : 파라마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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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포트먼 주연의 어나힐레이션(한국 제목 : 서던 리치 소멸의 땅)도 미국 개봉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3월 12일 넷플릭스에 공개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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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공개된 어나힐레이션 [ 사진 출처 : 파라마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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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현재 파라마운트의 안 좋은 상황들, 특히 최근 CEO가 폭스 쪽 인사로 교체된 점 등을 고려하면 회사를 회생하기 위한 절차들을 밟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또 넷플릭스는 윌 스미스 주연의 브라이트가 매우 성공적이진 않았기 때문에 극장 개봉용으로 만든 파라마운트의 영화들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B급 아닌 B급 영화, 드라마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채워진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 또한 장기적으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좋은 컨텐츠로 내부를 채우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한국도 과연 넷플릭스와 손을 잡는 것이 답이 될까?

미국 방송사들 입장에서도 넷플릭스에 컨텐츠를 공급하는 것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워너(HBO 포함)나 디즈니(ABC 포함) 등을 제외한다면 크게 경계해야 할 행위는 아니다. 특히 큰 예산이 들어간 작품의 경우 스타트렉 : 디스커버리처럼 넷플릭스가 해외 배급을 책임져 준다면 미국 현지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등 OTT들의 오리지널 제작 능력이 안정화된다면 이같은 트렌드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친구이기도 하고 적이기도 한 이런 ‘프레너미’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와 손을 잡는 경우가 늘었다. JTBC, 스튜디오 드래곤처럼 넷플릭스와 손을 잡는다면 글로벌로 편하게 진출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만 신경 쓰면 된다. 하지만 글로벌 OTT들이 최고의 계약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는 있다. 또 북미 방송사들이 넷플릭스와 계약을 하는 목적이 리스크 회피 용도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 산업에서 플랫폼 사업자로 살아남을 것이 아니라면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에 컨텐츠를 투자하는 것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중요할 것이다. 북미 방송사들처럼 올인은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조한 곰앤컴퍼니 미래전략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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