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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KT&G생과 신약 독성 알고도 '기업평가 뻥튀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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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물질 'KL1333' 전임상에서 고농도 투입시 이상발현

신약문제 반영안된 채 기업평가 '평가 부풀리기' 의혹

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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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KT&G생명과학이 영진약품에 흡수합병될 당시 개발중인 신약물질에서 독성이 발현됐는데도 이를 기업가치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KT&G생명과학의 지분 73.94%를 보유한 모회사인 KT&G는 이 사실을 알고도 합병을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금융감독원이 KT&G생명과학의 기업가치에 대해 문제삼으며 정정을 요구하자, 두 회사는 금감원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모방식으로 합병했다.

12일 투자자문(IB)업계와 제약업계 안팎에 따르면 KT&G생명과학이 영진약품에 흡수될 당시 'KL1333' 신약물질을 개발중이었고, 이 신약물질은 흡수합병 과정에서 '적자기업' KT&G생명과학의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KT&G생명과학이 2016년 초 국내 모 회계법인을 통해 받은 기업가치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KT&G생명과학의 기업가치는 신약물질의 미래 '수익가치'와 건물 등의 '자산가치'를 합쳐 약 210억원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당시 KT&G생명과학이 개발중이던 'KL1333'은 전임상(동물실험) 과정에서 고농도로 투입했을 때 염색체 이상이 생기는 등 독성이슈가 발생했는데 이를 기업가치 평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합병 증권신고서에서도 당연히 이 내용은 누락돼 있다.

금감원은 당시 두 회사의 합병 증권신고서를 2016년 4월과 5월, 8월 세차례에 걸쳐 정정을 요구했다. 이유는 KT&G생명과학의 기업가치를 200억원가량 평가한 것을 문제삼았다. 금감원에 제출한 합병 증권신고서에는 KT&G생명과학이 개발중인 신약물질 'KL1333'의 미래가치가 200억원 안팎이다. KT&G생명과학 기업가치가 204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KL1333'의 가치가 전부였던 셈이다.

'KL1333'은 '멜라스 증후군'과 '당뇨'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신약물질이다. 외부기관에서 받은 KT&G생명과학의 기업가치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멜라스 증후군에 대한 미래 수익가치는 29%였고, 당뇨 치료제에 대한 미래 수익가치는 50%로 반영돼 있다. 또 KL1333에 대해 2035년까지 20년동안 임상 및 판매계획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2016년 8월 합병 증권신고서에 대해 3차로 정정을 요구하면서 "합병신고서에 20년 예상수익 가치를 담아 제출하는 곳은 단 한곳도 없다"면서 "특이한 기술이거나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면 인정해도 이 경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또 금감원은 두 회사의 합병을 주도한 모회사 KT&G의 책임론을 묻기도 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합병을 진행하거나 중단하는 결정권은 누구한테 있느냐"는 금감원의 질문에 영진약품 관계자는 "대주주인 KT&G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 관계자가 "KT&G 경영진이 결정하는 것이냐, 전략실의 핵심권한을 대표이사님이 갖느냐"고 묻자 영진약품 관계자는 "KT&G 대표이사로 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당시 KT&G의 대표이사는 백복인 사장이었다.

상장사였던 영진약품은 금감원의 세차례의 정정요청에 결국 2016년 12월 12일 합병방식을 공모에서 사모로 변경했다. 사모방식은 금감원에 합병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영진약품과 KT&G생명과학은 1대0.49 비율로 합병을 완료했다. 금감원이 문제삼았던 KT&G생명과학 기업가치는 그대로 204억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신약물질 'KL1333' 독성이슈는 고려되지 않았다. 영국 임상수탁기관(CRO)에서 진행한 'KL1333'에 대한 전임상(동물) 시험에서 고농도 투여했을 때 염색체 이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당뇨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결과라는 것이다. '멜라스 증후군' 치료제는 한시적 투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당뇨'는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질환이므로 안전성이 확보된 저용량으로 KL1333을 지속 투입하면 '고농도' 위험에 노출돼 염색체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국내 한 제약전문가는 "염색체 이상 결과가 나온 것은 멜라스증후군을 제외한 다른 질환에 사용하기 사실상 어렵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계속 투입했을 경우에 지칫 유전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제약전문가는 "글로벌제약사들은 아무리 효과가 좋은 신약물질이라도 염색체 이상이 나오면 모든 임상계획을 백지화한다"면서 "임상단계를 거칠 때마다 엄청난 자원과 비용이 드는데 굳이 위험부담을 안고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진약품은 KT&G생명과학 인수후 2017년 2월 'KL1333'에 대한 임상1상을 승인받고 진행중이다. 당시 영진약품 보도자료에는 'KL1333은 멜라스증후군 치료제로 개발중'이라고 밝혔을 뿐 당뇨치료제 개발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또 영진약품은 '만성적자' 기업인 KT&G생명과학을 인수후 실적도 뒷걸음쳤다. 2016년 1931억3000만원의 매출과 54억54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영진약품은 KT&G생명과학을 인수한 2017년 매출은 1% 성장한 1950억원, 영업이익은 44.5% 감소한 30억2900만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55.6% 줄어든 18억6800만원을 거두는데 그쳤다.

이에 영진약품측은 "KL1333은 전임상 독성시험 항목인 염색체 돌연변이시험에서 양성으로 확인됐지만 ICH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시험방법을 진행, 안전용량을 확인했다"면서 "현재 안전성이 확인된 용량안에서 임상이 진행되고 있어 독성관련 이슈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멜라스 증후군 치료제로 우선 개발하는 것은 희귀질환으로 현재 약이 없어, 글로벌 신약개발시 FDA 등 신속심사 과정을 통한 개발이 허용돼 단기간내 신약 출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임상1상을 마치면 멜라스 증후군뿐 아니라, 당뇨환자 및 비알콜성지방간 환자 등 추가 임상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l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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