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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KT&G '백복인 연임' 두고 엇갈린 의결권자문사…'관치vs셀프연임'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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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기업지배구조원 "관치 우려, 인니 혐의 지켜봐야" 연임 찬성

글래스루이스·서스틴베스트 "졸속 절차, 기업가치 하락 우려" 연임 반대

뉴스1

백복인 KT&G 사장 /뉴스1 © News1 추연화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KT&G 백복인 사장의 연임 문제가 오는 16일 주주총회에서 결론날 예정인 가운데 의결권 자문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KT&G의 지분 절반 이상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문사 권고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총 표대결의 결과도 쉽게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자문사들은 정부의 '관치' 우려와 '절차의 공정성'을 두고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히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를 비롯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관치' 우려를 내세워 연임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는 절차와 경영 공백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백복인 연임 표 대결 '임박'…의결권 자문사도 '팽팽'

KT&G는 오는 16일 대전 대덕구 인재개발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백복인 사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KT&G는 연임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2대 주주인 중소기업은행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표 대결을 예고한 상황이다.

KT&G와 기업은행의 입장 차만큼 의결권 자문사의 선택도 엇갈렸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부터 이견이 발생했다. KT&G는 외국인 주주 비중(53.16%)이 높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중요 변수로 꼽힌다.

ISS는 사장 선정 공모 과정에서 딱히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백복인 사장의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 의혹도 아직 특정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임 찬성에 표를 던졌다.

반면 글래스 루이스는 사장 후보 선정 과정이 폐쇄적으로 진행되는 등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서 백복인 사장의 연임에 따른 리스크에 우려를 나타냈다. 연임 반대 의견이다.

국내 의결권자문사도 입장이 달랐다. 기업지배구조원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연임 찬성으로 KT&G 이사회 손을 들어줬다. ISS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인도네시아 의혹 관련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대신지배구조연구소와 서스틴베스트는 후보 추천 절차와 기업가치 훼손 우려를 거론하며 연임 반대를 권고했다. 절차가 공정하지 못했고,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 의혹으로 기업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한 국내 자문사 관계자는 "워낙 의결권 자문사의 주장이 팽팽해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느 부분에 무게를 두고 의결권을 행사할지 내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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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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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vs셀프연임'…의결권 자문사 결정 배경은?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엇갈린 것은 '관치 우려'와 '셀프연임'이라는 시각차 탓이다.

백복인 사장의 연임에 찬성하는 자문사들은 관치 우려에 무게감을 뒀다. 연임 반대를 주장하는 기업은행의 최대주주(51.8%)가 기획재정부이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이 민영화한 옛 공기업 사장 교체에 개입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의혹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격 사유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현재 KT&G는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 과정의 분식회계, 외환관리법 위반 등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다. 백복인 사장은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인도네시아 현지기업과 관련한 회계부정 논란에 연루된 것에 대한 금감원 회계감사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업무상 배임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있으나 당국의 수사 착수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임 반대를 권고한 자문사들은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셀프 연임'이라는 주장이다. KT&G 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30일 오후 사장 공모를 발표한 이후 이틀 동안만 서류를 접수했다. 심사는 하루 만에 마쳤고, 다음 날 면접을 통해 후보를 선정했다. 후보도 내부 출신 임원으로 한정했다.

이 같은 사장 선임 절차는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위한 부당지원이라는 판단이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내부인사로만 자격을 한정하고 졸속으로 절차를 진행한 겉모습만 공모"라고 꼬집었다.

주주가치 불투명도 연임 반대 이유로 꼽혔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 연구소 본부장은 "백복인 사장 재임 기간에 KT&G 주가는 19.8% 하락했고 분석기업의 주가 성과 측면에서도 주주가치 개선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백복인 KT&G 사장 후보 선임 안은 기업가치 훼손 우려 등 결격 요건에 해당해 반대의견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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