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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평창 후 컬링 열풍! 스크린컬링 도전해보니…스톤 던지고 스위핑 대신 버튼으로 ‘쓱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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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수많은 스타들이 탄생했다.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아이언맨’ 윤성빈, 여자 쇼트트랙 2관왕을 기록한 최민정 등등. 하지만 대회 기간 내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여자 컬링대표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올림픽 최초 출전에도 불구하고 은메달 쾌거를 달성한 그들은 동계스포츠 변방이라 할 수 있는 한국에 때아닌 ‘컬링 열풍’을 몰고 왔다. “영미!”를 외치며 집 청소를 하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로봇청소기, 프라이팬 등을 이용한 패러디 영상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에도 불구하고 컬링은 여전히 생소한 스포츠다.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부족한 게 가장 크다. 현재 일반인에게 개방된 컬링 경기장은 경북 의성군에 있는 컬링장이 유일한 실정이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장비 가격도 부담이고 경기 룰도 익숙지 않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접근성이 워낙 떨어진다.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을 갖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스크린 스포츠가 해법이 될 수 있다. 실감 나는 체험까지는 어렵지만 인원·장소·장비 구애 없이 ‘맛’ 정도는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스크린야구 프랜차이즈 ‘레전드야구존’을 운영하는 클라우드게이트가 지난 2월 문을 연 스크린 스포츠 테마파크 ‘레전드히어로즈’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스크린컬링을 선보였다. 컬링 인기에 걸맞게 최근 늘 사람이 북적거린다는 소식을 접한 바. 지난 3월 5일, 개장 시간인 11시에 맞춰 레전드히어로즈 명동점을 찾았다.

매경이코노미

스크린컬링장에서 스톤을 던지는 모습. 스위핑 대신 따로 마련된 버튼 조작으로 속도·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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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컬링, 어떻게 다른가

▷양궁식 점수제도…게임룰은 단순

컬링 경기장은 거대하다. 세로 길이만 총 45m에 달한다. 스크린컬링은 다르다. 2평 남짓한 바닥만 있으면 충분하다. 장대한 경기장은 스크린 속에 전부 담겨 있으니까. 바닥 위에는 컬링 스톤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마치 ‘밥통’처럼 생긴, 방송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스크린 앞에 다가서자 레전드히어로즈 직원이 다가와 설명을 돕는다. 바닥은 빙판의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사용했다. 쪼그리고 앉아 컬링 스톤 손잡이를 붙잡고 다림질을 하듯 문질러봤다. 오! 마치 얼음 위처럼 ‘쓱’ 하고 잘 미끄러진다.

스톤은 있는데 브룸(빗자루)은 보이지 않는다. 패러디 열풍의 주인공이기도 한 컬링 ‘스위핑(빗자루질)’은 스톤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한다. 스크린컬링에는 브룸 대신 주먹 크기만 한 버튼 4개가 달린 ‘조작대’가 이 역할을 한다. 각각 좌회전·우회전·가속·감속할 수 있는 버튼이다. 예를 들어 화면 속에서 스톤이 나아가는 도중에 좌회전 버튼을 누르면 누를수록 스톤이 점점 왼쪽으로 휘는 식이다. 컬링의 상징인 스위핑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

컬링과 스크린컬링의 차이점은 이뿐 아니다. 본래 컬링은 4명이 한 팀이 돼 치르는 종목. 경기 중 한 엔드(회차)에 선수 한 명이 스톤을 두 번씩 던지기 때문에 총 8회 투구를 하고 전체 경기는 10엔드로 구성돼 있다. 스크린컬링은 4번 스톤을 던지면 끝난다. 경기도 1엔드면 끝난다.

결정적으로 점수를 내는 규칙이 다르다. 정식 룰은 표적인 ‘하우스’에 스톤을 밀어넣어 누가 더 하우스의 중심인 ‘버튼’에 가깝게 붙이느냐가 핵심. 상대팀의 스톤보다 버튼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1점도 득점할 수 없다. 스크린컬링 점수 계산법은 다르다. 컬링보다는 오히려 양궁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하우스 4개 동심원 각각에 점수가 책정돼 있다. 버튼에 스톤이 안착하면 4점, 가장 먼 원에 들어가면 1점을 얻을 수 있는 식이다. 올림픽에서처럼 복잡한 전략이나 방어가 필요 없다. 알기 쉽게 가운데에 스톤을 많이 넣는 쪽이 이긴다.

▶스크린컬링 해보니

▷땀 뻘뻘 ‘스위핑’ 대신 버튼 ‘난타’

게임 스타트. 혼자 매장을 방문한 만큼 레전드히어로즈 직원과 승부를 겨뤄보기로 했다. 선공은 직원, 후공이 기자다.

익숙한 자세로 자세를 잡더니 노련하게 스톤을 밀어내는 직원의 모습. 역시나 3점 하우스에 스톤을 안착시켰다. 올림픽과는 달리 스톤을 한 번 한 번 던질 때마다 점수가 뜬다. 당연히 현재 스코어는 0 대 3.

이번에는 기자 차례. 컬링 스톤을 쥐고 관중이 가득 찬 스크린 속 경기장을 바라보자 마치 진짜 선수가 된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올림픽 경기 중계를 보며 매번 감탄했던 것은 선수들의 포즈다. 스톤을 붙잡은 채 빙판 위를 미끄러져 가다가 살며시 손을 떼는 그 우아함. 하지만 현실은 다른 법. 바닥이 얼음판이 아니기 때문에 스크린컬링에서는 멈춰 서 있는 상태로 스톤을 던져야 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김은정 선수 못잖았다고 자부한다.

손을 떠난 스톤이 스크린 쪽에 부딪치고 화면 너머로 가상의 스톤이 하우스를 향해 미끄러져 나간다. “워~”나 “업~” 같은 목소리가 화면으로부터 흘러나와 현장감을 더욱 높인다. 어딘가에서 “영미~” 하는 목소리도 들릴 것만 같다.

스톤을 던진 뒤 재빨리 일어나 버튼 조작대 앞에 서야 한다. 일직선으로 던졌다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왼쪽으로 계속 치우치는 스톤. 화면 속에서 선수 2명이 열심히 스위핑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조금만 더 힘을 내줘’ 응원하며 우회전 버튼을 거듭 꾹꾹 눌렀다. 다행히 스톤이 점점 가운데로 방향을 찾아갔지만 문제는 속도. 방향만 신경 쓰다 보니 너무 빠른 속도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대로 하우스를 지나쳐 나가버리는 스톤. 획득 점수 0점.

반면 또다시 하우스에 스톤을 집어넣는 직원. 걱정 없다. 스톤으로 쳐서 밀어내면 되니까. 스코어는 0:4지만 3점 하우스에 있는 상대방 스톤을 밀어내고 내 스톤이 그 자리에 놓이면 단숨에 3:1로 역전할 수 있다. 부푼 마음으로 스톤을 힘껏 밀어냈지만 의욕이 과했을까. 힘이 들어간 나머지 방향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또다시 허망하게 ‘아웃’. “스톤을 부딪쳐 밀어내려면 세게 던져야 한다”는 직원의 설명이 혹시 고도의 전략이 아니었을까라는 의심마저 들었다.

어느덧 점수는 2 대 5. 이제는 정중앙을 노리는 수밖에 없다. 가운데로 향하는 코스에는 진입을 막는 상대방 스톤이 있다. 할 수 없이 살짝 오른쪽으로 스톤을 던진 후 재빨리 조작대로 뛰어갔다. 방어 스톤 옆을 가까스로 지나치고 왼쪽으로 스톤이 휘어져 들어가야 했다. 올림픽이었다면 그야말로 “영미~~”를 목청껏 외쳐야 하는 상황. 감속 버튼과 좌회전 버튼을 ‘두두두두’ 연타했다. 기적처럼 4점 한가운데로 스르륵 멈추는 스톤. 최종 점수 6 대 5. 1점 차이로 역전승이다. 직원은 “변명이 아니라 게임 특성상 후공이 다소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매경이코노미

레전드히어로즈에서는 스크린컬링을 비롯해 양궁, 축구 등 다양한 스크린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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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스포츠 한데 모은 테마파크

▷양궁·축구·사격·승마…입맛대로~

레전드히어로즈에서는 다양한 하계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스크린컬링 외에도 다양한 종목의 스크린 스포츠가 마련돼 있는 덕분. 야구는 물론 양궁, 축구, 승마, 사격, 볼링 등 총 10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축구는 인조잔디 바닥 위에 공을 올려놓고 스크린을 향해 차는 방식이다. 페널티킥과 프리킥 2가지 모드에 구두를 신고 온 사람들을 위한 축구화까지 준비돼 있다. 스크린양궁에서는 실제 양궁 활을 이용한다. 물론 화살촉은 고무로 돼 있다. 스크린에 나타난 양궁 과녁에 쏘면 된다. 쏠 때마다 바뀌는 바람 방향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이용 시간 내내 한 가지 운동만 하는 그간 스크린 스포츠 전문점보다는 훨씬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단 각각의 퀄리티가 최고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사격은 기존 스크린 사격장 대비 반동이나 소총, 외관, 디테일 등 현실감이 다소 떨어진다. 조준도 정밀하게 되지 않는 느낌. 스크린사격이라기보다는 오락실 게임과 더 비슷하다. 승마도 그래픽이나 말 모형에서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없다.

다만 그 다양성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각 종목을 10분씩 즐겼는데도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2시간 자유이용권 기준 1만9000원이라는 가격도 다른 스크린 스포츠 대비 합리적인 편이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9호 (2018.03.14~2018.03.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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